“소원이 있어. 풍선 사줘!”, “아냐 빨간 거 말고 파란 거”, “풍선 싫어졌어. 마법지팡이 갖고 싶어!”
아이들의 시시콜콜한 ‘소원’은 시시때때로 변한다. 만지고 보고 듣고 냄새 맡는 모든 것들이 다 새롭고 그때마다 호기심의 대상이 변한다. 커다란 도화지 한 장을 앞뒤로 빼곡하게 채워 넣을 만큼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
이 그림책은 어느 날 갑자기 강아지가 갖고 싶어진 아기 비둘기의 얘기다. 책을 열면 비둘기가 대뜸 말을 걸어온다. “안녕, 잘 있었니?”라며 낯익은 친구처럼 귀엽게 인사하는 비둘기는 맘에 있는 말을 잠시도 숨기지 못한다.
“그런데 있잖아, 내 소원이 뭔지 아니?”라고 묻더니 큰소리로 강아지를 갖고 싶다고 외친다. 그리곤 이리 총 저리 총 호들갑을 떨며 뛰어다닌다.
말끝마다 강아지를 떼어놓지 않는다. 집중, 집중, 하나에만 오직 집중하는 아기 비둘기. 비둘기에게 강아지는 꽃처럼 소중하게 가꾸는 대상이다. 따뜻한 햇볕을 쬐이고 한 달에 한 번은 충분한 물을 주겠다며 행여 누가 뭐라 할까봐 잘 돌보겠다는 약속도 연신 해댄다.
강아지 등에 올라타기, 강아지와 공놀이 등 강아지와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꺼내놓고는 제발 부탁이니 강아지를 갖게 해달라며 공손하게 요청했다가 다시 화를 내며 떼도 쓴다. 소원이 이뤄졌을까. 비둘기 앞에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난다. 하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상상했던 비둘기에게 나타난 강아지는 자신보다 훨씬 큰 덩치에 “이빨은 뾰족뾰족, 털은 북슬북슬, 코는 벌렁벌렁”한 녀석이다. 강아지의 ‘실체’를 확인한 비둘기는 낙담도 잠시, 곧바로 생각이 바뀐다. 소원의 대상이 이번엔 해마(海馬)다.
매년 미국의 뛰어난 어린이 그림책에 주는 칼데콧 아너 상을 2008년까지 3차례 수상한 저자의 그림은 자신보다 작고 귀여운 강아지를 꿈꾸는 아기 비둘기처럼 앙증맞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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