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명창 김성옥은 다리가 마치 학처럼 가늘어지는 학슬풍에 걸려 고생하다가 서른 살에 요절했다. 김성옥이 병석에 누워있었을 때 처남이자 당대의 명창 송흥록이 매제에게 병문안을 왔다. 송흥록은 명창답게 중모리 장단에 얹어 안부를 물었다.
“그래∼ 병세가∼ 좀 ∼어떠한가∼.”
그러자 김성옥도 자리에 누워 장단에 얹어 대답했다. “너∼무∼나∼ 아∼프∼고∼ 외∼로∼워∼ 인∼생∼의∼ 비∼애∼가∼ 끝∼없∼다∼네.”
김성옥의 장단은 송흥록이 부른 중모리보다 훨씬 애절하고 느린 장단이었다. 그때 그들은 깨달았다. 극도로 비장한 대목은 중모리보다 더 느린 장단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을.
애절함을 자아내는 진양조장단은 앞의 일화처럼 김성옥이 시작했다고 전해지는데 심금을 울리는 진양조의 개발은 판소리에서 큰 사건으로 꼽힌다.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옛 명창들의 일화를 곁들여 판소리를 소개하고 ‘춘향전’ ‘심청전’ ‘토끼전’ ‘흥부전’ ‘적벽가’ 등 판소리계 소설과 판소리를 한 작품씩 살펴본다. 판소리의 내용은 울리고 웃기는 ‘비장’과 ‘골계’가 적절히 섞여 전개된다. 판소리는 노래인 ‘창’과 사설인 ‘아니리’로 구성되는데 비장한 대목은 대개 창이 맡고 골계에 해당하는 유쾌한 대목은 주로 아니리가 맡는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울리고 웃기기 힘든 작품으로는 ‘수궁가’가 꼽힌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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