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꽃보다 남자’가 한창 장안의 화제다. ‘꽃보다 남자’를 만화책으로 먼저 접한 마니아들은 대만, 일본, 한국 아시아 3국의 배우 캐스팅에 대해 초연했다.
누가 연기해도 인기가 폭발하지 않을 수 없다. 외모 불문, 성격 불문, 연기력 불문… ‘돌풍’은 예정돼 있었다. 본래 애초부터 만들어진 ‘캐릭터’ 때문이다.
만화 속 주인공들은 완벽하게 현실을 초월하는 뚜렷한 개성이 있다. 인물이 갖고 있는 매력은 표현방식이 달라진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초기에 구축한 캐릭터 하나가 꾸준히 오래간다.
‘1박 2일’, ‘패밀리가떴다’, ‘무한도전’ 등 예능프로그램들이 캐릭터 찾기에 혈안인 것처럼, 뭐니뭐니해도 캐릭터가 대세다.
특히 ‘꽃보다 남자’의 카미오 요코 작가는 연재 도중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재미를 혼자 느끼지 않고, 그림에 계속 추가해 설명한다.
완벽한 순정만화를 꿈꾸는 작가가 불쑥 만화책에서 독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츠카사(구준표 역)의 헤어스타일을 파인애플로 설정했다가 머리를 감으면 생머리로 바꾼다는 식이다.
외모, 성격 모두 13권 마지막 단행본까지 순정만화 이상형을 추구하며 완성해갔다. 인터넷 시대 네티즌의 찬사를 받고 있는 한국의 인기 만화작가들도 독자 반응을 즉각적으로 읽으며 ‘호감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루 1분 투자하고 까르르 웃게 되는 인기 캐릭터들을 소개한다. 쉽게 매일 매일 만날 수 있는 기분 좋은 캐릭터를 통해 불경기를 이겨내 보자.
꽃남을 지켜보는 여성 팬심만큼 중독성이 심할 수 있다.
통닭업계의 공포 질린 네모왕자… 재치만점 대사에 희망얘기 중독
○번뇌가 있다면, ‘마음의 소리’를 듣자!
“난 차가운 도시 남자, 하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하겠지” 이 유행어를 안다면, 컴퓨터 앞에서 혼자 낄낄거리며 일상번뇌를 한방에 날려버리는 웹툰 독자다.
560만 명 이상의 방문자가 다녀간 조석의 ‘마음의 소리’(http://blog.naver.com/jsinvade)는 네이버 ‘오늘의 만화’를 챙겨보게 만드는 고정 팬을 만들어냈다.
통닭집 아들 주인공은 통닭과 관련한 이야깃거리나 주변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재치 있는 입담으로 소개한다. 얼굴은 넓적하고 까무잡잡하며, 표정은 공포에 질렸는데 말은 매우 침착하다. 행동이나 외모에 걸맞지 않게 ‘난 시크한 도시 남자’라고 강조하는 캐릭터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눈동자의 생김새는 이렇다. <■><■> 뭔가 일이 안 풀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반전으로 항상 희망을 주는 캐릭터다.
조석의 대사처리에 자지러지는 팬들은 꾸준히 조석의 재치를 평가한다. ‘지금은 시들하다’, ‘아니다. 예전감각 그대로다’ 등 매일매일 작가의 센스를 웹툰을 통해 점검하며 오늘도 ‘차가운 도시 남자’를 찾는다. 2009년을 여는 신작 단행본이 출간됐다.
○직장인 스트레스 가라, ‘감자도리’ 납신다.
빨간색 긴 후드 티셔츠를 걸쳐 입은 감자 모양의 캐릭터는 일반 직장인들을 몇 초 만에 통쾌하게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감자도리 홈페이지(http://www.gamzadori.com)에 접속하면 ‘스트레스 제로’의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마이너스 계좌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보라색 고구마 친구의 조언을 들어도 언제나 감자도리는 직장생활이 힘겹다. 매일 사표 내겠다고 푸념하지만, 또 살아남는다.
감자도리가 분류하는 직장인 유형은 세 가지! 굴비와 가래떡과 젖은 김이다. 굴비스타일은 ‘비굴비굴’하다. 아부의 달인이다. 가래떡 스타일은 ‘가늘고 길게’ 살아남는 사람이다.
남이 자신을 ‘구워 먹든 삶아 먹든’ 현실 달관 생존형이다. 젖은 김 스타일은 착 달라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는 사원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2002년부터 시작된 감자도리의 과거도 한꺼번에 볼 수도 있다. 직장인들이 하루에 한 개씩 보기 좋다.
통통했던 감자도리는 감자에 싹이 나고 스트레스에 찌들었는지 살이 홀쭉하게 빠졌다. 감자도리 단행본은 각종 중국어, 영어 외국어 교재로도 출간됐다.
○백수에게 용기를 주는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는 일상의 소소한 이야깃거리(http://comic.naver.com/webtoon/list.nhn?titleld=22045)로 팬을 확보했다.
일상을 즐겁게 살고자 애쓰는 ‘낢’이 주인공이다. 집에만 있고 싶은 백수들의 정서, 평범한 엄마와 딸의 관계를 그리는 게 강점이다.
걱정이 가득해 어머니에게 말을 하면, 어머니는 항상 현실성이 너무 넘치는 말로 낢을 위로(?)한다. 대학 등록금 고지서를 보고 “어디 무서워서 학교 다니겠나”라고 한숨지으면 “장학금을 받으면 되잖니”라고 답한다.
반전 개그를 엄마와 딸을 캐릭터로 내세워 재미난 에피소드로 표현했다. 낢의 ‘엄마’는 하하의 엄마만큼 인기 캐릭터다. 딸의 행동패턴을 항상 정겹게 만들어 웃긴다.
마요네즈 팩을 한 딸에게 ‘너는 인간 마요네즈’라고 태연하게 놀리는 식이다. 지난 12월 출간된 낢의 단행본 역시 매일 연재되던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엮었다. 지금도 낢은 “나는 오늘도 방구석에서 중얼거린다”며 20∼30대에게 공감 얻는 캐릭터를 홈페이지에 연재하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