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받은 e메일 제목이다. 신문 1면 경제 관련 기사에 아침마다 가슴 떠는 기자의 눈을 번쩍 뜨게 했다. 하지만 내용을 열어보니 영화 홍보용 자료. 할리우드 영화 ‘인터내셔널’(26일 개봉·사진)과 ‘세븐 파운즈’(5일 개봉)를 홍보하는 대행사가 보낸 메일이었다.
‘인터내셔널’은 190여 개 나라의 금융시장을 장악한 다국적 은행의 음모를 파헤치는 액션 스릴러다. 경제 권력을 쥐기 위해 무기 암거래나 살인을 일삼는 은행과 한 남자의 대결을 그렸다.
이 영화는 제작자 우위썬(吳宇森)과 유럽 명소 로케이션 등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홍보대행사는 주인공과 범죄적 은행과의 싸움만 집중적으로 알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황을 초래한 주범으로 떠오른 금융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영화 홍보에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윌 스미스 주연의 ‘세븐 파운즈’는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를 내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내가 속죄를 위해 생면부지의 7명에게 장기와 재산을 기증한다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수입·배급사는 홍보를 위해서 하나은행과 제휴해 개봉 후 나흘간 관객 수를 기준으로 연 4.1∼4.2%의 이자를 정하는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았다.
불황기에 금융 상품을 앞세운 영화 홍보는 관객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하지만 홍보대행사가 “이 영화는 당연히 흥행한다. 영화를 보고 예금 금리도 올리라”고 하는 것은 흥행을 예측하기 어려운 영화계에서 일종의 과장 광고일 수 있다.
‘세븐 파운즈’는 이기적인 삶을 살던 사내가 한순간에 저지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연을 다룬 영화다. 관객 수와 금리를 연동하는 금융상품은 영화 내용과 무관하다. ‘영화와 재테크를 한 번에!’라는 홍보 문안은 영화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부실한 금융판매 시스템에 상처 입은 기억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든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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