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01>一簞食와 一瓢飮으로 在陋巷을 人不…

  • 입력 2009년 2월 4일 03시 01분


시대가 바뀌면서 퇴색하는 말이 있다. 安貧樂道(안빈낙도)도 그 가운데 하나다. ‘논어’ 雍也(옹야)편에서 공자는 제자 顔回(안회)의 安貧樂道를 칭찬했다.

簞(단)은 대그릇, 瓢(표)는 바가지이다. 一簞(일단)과 一瓢(일표)는 적은 양을 나타낸다. 食은 ‘먹을 식’이 아니라 ‘밥 사’로 읽는다. 在(재)는 ‘∼에 산다’는 말이다. 陋巷(누항)은 누추한 골목이란 뜻이다. 堪(감)은 堪耐(감내)한다는 뜻이다. 其(기)는 앞의 말을 받는다. 한 대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만 마실 정도로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 누추한 골목에 사는 일을 가리킨다. 憂(우)는 근심이란 뜻이다. 본래 喪服(상복)을 갖추고 슬퍼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回(회)는 顔回(안회)이다. 也(야)는 주제화하는 어조사이다. 改(개)는 고친다, 바꾼다는 뜻이다. 본래 들이닥친 재앙을 다른 것에 옮겨 바꾼다는 뜻을 나타냈다. 其樂(기락)의 其는 앞서의 其와 다르다. 가난한 생활을 가리킨다고 보기 어렵다. 其樂의 其는 안회가 추구하는 삶과 가치를 가리킨다. 賢(현)은 어질다는 뜻이다. 哉(재)는 감탄의 어조를 지닌다. ‘賢哉回也’는 ‘回也賢哉’를 뒤집어서 감탄의 뜻을 강화한 표현이다.

공자는 안회에 대해 “其心(기심)이 三月不違仁(삼월불위인)이니라”라고 했다. 오랜 기간 동안 그 마음이 仁을 어기지 않는다고 평가한 것이다. 안회의 安貧은 외적, 물질적 조건에 관계없이 仁과 道를 추구하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다. 物神主義(물신주의)가 만연한 시대이기에 本然(본연)의 마음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 그립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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