力不足(역부족)은 ‘힘이 모자란다’는 말이다. 中道(중도)는 ‘길 가는 도중에’라는 뜻이다. 而(이)는 어조를 고르는 조사이다. 廢(폐)는 본래 쓸모없는 것을 버린다는 뜻인데 ‘그만두다’나 ‘쓰러진다’의 뜻으로도 쓴다.
中道而廢(중도이폐)는 흔히 ‘길을 가다가 중간에 그만둔다’로 풀이하지만 적절치 않다. 중간에 그만둔다면 抛棄(포기)이기 때문이다. 정약용의 설을 따라 ‘길을 가다가 중간에 기력이 모자라 쓰러진다’의 뜻으로 보아야 한다. 意志(의지)는 있지만 힘이 다해 어쩔 수 없이 쓰러지게 된다는 의미라야 옳을 듯하다. 女(여)는 ‘여자’가 아니라 2인칭을 나타내는 너 汝(여)와 같다. (화,획)은 ‘그림 화’와 ‘그을 획’의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는데, 여기서는 후자로 읽는다.
‘시경’ 小雅(소아) 거할편에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큰길을 걷노라”라는 구절이 있다. ‘예기’에서 공자는 “시를 지은 이가 仁을 좋아함이 이와 같구나! 道를 향하여 걷다가 중도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늙음도 잊은 채, 나이가 부족한 것조차 알지 못한 채 나날이 힘껏 부지런히 부지런히 행하다가 죽은 후에야 그만두는 것이다”라고 했다.
‘예기’에서 말한 中道而廢는 이 雍也편에서와 달리 죽는다는 뜻이 강하다. 하지만 ‘죽은 후에야 그만둔다’는 ‘死而後已(사이후이)’야말로 자기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참모습인 것이다. 力不足을 핑계로 포기한다면 공자는 말하리라, “지금 너는 금을 긋고 있다!”라고.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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