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꿈의 노트에 적은 ‘리슨’부르기… 현실이 되었네요”

  • 입력 2009년 2월 5일 02시 45분


뮤지컬 ‘드림걸즈’ 주인공 에피역 홍지민

뮤지컬 배우 홍지민(36) 씨는 매년 ‘꿈의 노트’를 적어왔다. ‘2008년의 꿈’이라고 쓰인 노트에는 이런 소원이 적혀 있다. 뮤지컬 ‘드림걸즈’ 수록곡인 ‘리슨’과 ‘아임 낫 고잉’ 마스터하기. 한국에서 영화 ‘드림걸즈’가 뮤지컬로 제작된다는 소문이 돌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적어 놓은 것이었다.

그 후 1년, 막연했던 소망은 현실이 됐다. 홍 씨는 27일∼7월 26일 서울 잠실 샤롯데 시어터 무대 위에서 ‘리슨’과 ‘아임 낫 고잉’을 부르게 된다. 제작비 100억 원이 넘는 대형 뮤지컬 ‘드림걸즈’ 주인공 에피 역으로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최종 오디션 때 작곡가인 헨리 크리거가 절 보고 윙크를 했어요. 그러더니 테이블 아래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거예요. 그때 알았죠. ‘아, 나 이제 됐구나’라고.”

작품 속 에피는 뚱뚱한 외모지만 소름 끼치는 가창력으로 ‘드림메츠’를 이끄는 맏언니 역이다. ‘드림메츠’가 인기를 끌자 에피는 미모의 디나 존스에게 팀의 리더 자리뿐만 아니라 연인이자 매니저 커티스마저 뺏긴다. 혼자서 커티스의 딸을 키우며 동네 클럽을 전전하는 그는 비운의 여가수로 잊혀진다.

영화에서는 제니퍼 허드슨이 이 역을 맡아 열연했지만 한국 여배우 중에서 에피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넉넉한 몸집에 노래에 관한 한 자신 있었던 홍 씨가 적격이었다. 인터뷰 뒤 화장실로 향하던 그가 수록곡인 ‘원 나잇 온리’를 부르자 조용하던 복도가 쩌렁쩌렁 울렸다.

하지만 극중 에피와 실제 홍 씨의 성격은 극과 극이다. 고집 세고 자존심 강하고 불만이 많은 에피는 넉살 좋은 그와 너무 다르다. 그가 유일하게 에피와 비슷한 점이라고 꼽는 건 외모 때문에 상처받은 일이다.

“가수가 되고 싶었어요. 음반을 내려고 하면 제작자들이 넌 못생겼다기보다 뚱뚱하니 살을 빼야한대요. 노래보다 외모가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주변에서는 ‘네가 살만 빼면 배우로서 다른 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라고 하더군요. 16kg을 뺀 적도 있었죠. 덕분에 결혼은 했지만.(웃음)”

6개월간의 긴 공연을 마치면 미뤘던 다이어트도 제대로 해볼 계획이다. 이번 다이어트의 목적은 배우로서 역할에 한계를 지우지 않기 위해서다. 살을 빼면 에피 같은 역을 다시 못 맡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그땐 또 찌우면 된다”고 받아친다.

올해로 뮤지컬 배우에 입문한 지 13년이 됐다. 1996년 서울예술단 뮤지컬 배우로 활동을 시작한 홍 씨는 ‘메노포즈’ ‘스위니 토드’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정작 얼굴을 알린 건 지난해 드라마 ‘온에어’를 통해서였다. 이 드라마는 배우로서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홍 씨는 무대 위에서 노래 부르고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일 때 자신이 가장 빛난다고 말한다. 2010년 ‘꿈의 노트’에는 두 가지를 꼭 적어보고 싶단다. “에피 역을 해내고 나면 일단 나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고요, 그 다음에는 역할모델인 이순재 선배님처럼 무대 위에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후광이 비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동아닷컴 인기화보
[화보]김연아의 화려한 몸놀림…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화보]과감한 패션…로마 패션위크 화려한 무대
[화보]강호순 현장검증…담담한 살인 장면 재연
[화보]민망한 복장…터프가이 맞나요?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