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를 불러줘!”
뇌일혈로 쓰러졌던 클림트의 첫마디였다. 그가 애타게 찾은 미디는 열두 살 연하 에밀리 플뢰게의 애칭. 몸의 사랑에 탐닉하면서도 진정 그가 꿈꾼 것은 영혼의 사랑이었을까. 둘은 사돈지간이자 정신적 동반자로 알려져 있다.
해마다 여름이면 둘은 번잡한 빈을 벗어나 아터제 호수에서 휴가를 보냈다. 세상사에 부대낀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클림트 풍경화들. 그때 천국같이 평온했던 사랑의 추억에서 길어 올린 수확이다. 그 대표작인 ‘캄머성 공원의 산책로’는 고흐에게 영감을 받은 듯한 붓질과 밝고 화사한 색채로 충만한 작품. 자연의 긍정적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나도 모르게 하늘 향해 팔 뻗은 나무 사이로 걸어들어 가고 싶다.
‘껴안는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무른 것으로 강한 것을 전심전력 파고든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무들의 손아귀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졌을 리가 없다. 껴안는다는 것은 또 이런 것이다. 가여운 것이 크고 쓸쓸한 어둠을 정신없이 어루만져 다 잊어버린다는 뜻이다’(이영광의 ‘숲’)
쉰여섯 생애 중 마지막 10년의 열정을 풍경화에 쏟은 클림트. 미디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원한 잠으로 빠져든다. 1918년 2월 6일의 일이다. 문의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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