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세계조리사연맹총회 대전서 열려면…

  • 입력 2009년 2월 6일 06시 32분


박성효 대전시장이 2012년 대전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조리사연맹(WACS) 총회와 관련해 4일 오전 대전시 실·국장을 불러 ‘격노’했다고 한다. 민간단체가 유치한 행사를 공무원들이 소홀히 다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때문이라고 한다.

박 시장은 “당신들이 공무원이냐. 경제적 효과가 높은 행사를 유치하지는 못할망정 이미 유치한 행사를 망쳐서야 되겠느냐”고 나무랐다고 전해진다.

인류는 삶이 윤택해지면서 볼거리, 즐길거리와 함께 먹을거리에 큰 관심을 갖는다. 이 때문에 먹을거리는 국부를 높이는 산업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수천억 원을 들여 ‘한식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87개국 유명 조리사들의 모임인 세계조리사연맹 총회가 대전에 유치된다면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로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서도 이 행사를 탐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박 시장이 몰랐을 리 없다. 더구나 박 시장은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대전컨벤션센터, 한국조리사중앙회가 두바이에서 이 행사를 유치할 때 현지에 있었다. 당시 박 시장은 대전컨벤센센터 뒤편에 일본 자본을 유치해 호텔을 짓는다고 홍보를 했고 이것이 포르투갈 등 경쟁국을 제치고 행사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박 시장은 그동안 이 행사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유치가 무산될 수도 있다고 하니 갑자기 아랫사람들을 탓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시장이 관심을 갖는다면 그것도 다행일 수 있다. 행사 유치에 큰 도움을 주었던 호텔 신축은 유감스럽게도 무산됐지만, 다른 방법으로라도 참가자들의 숙박과 조리 편의를 충분히 제공하면 된다. 이에 앞서 박 시장은 이번 일이 삐거덕거린 원인을 면밀히 살펴야 할 것이다. 진작 준비할 수 있었던 일을 지휘자나 실무자가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따져보고 책임을 물을 일이 있으면 물어야 할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은 ‘100년을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2012년 열릴 예정인 세계조리사연맹총회는 ‘170년 만에 한 번 열릴까 말까’ 하는 대회다. 박 시장의 고민을 기대해 본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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