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경기가 좋지 않아 책 읽을 여유가 없다고 하지만 힘든 때일수록 책 속에서 지혜를 구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책에서 위기 타개의 방법을 찾자는 목표 아래 임직원에게 책읽기를 권하는 독서경영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이번 주말에는 독서를 통해 지혜를 구하고,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요. 문화부 출판팀의 금동근 기자와 함께 이번 주에 나온 책 가운데 읽을만한 책을 살펴보겠습니다. 금 기자, 이번 주에는 편지를 소재로 한 책 두 권이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 같습니다.
(금동근) 네. 먼저 소개할 책은 '사랑하는 어머니'라는 책인데요 역사 속 인물들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묶은 것입니다. 조지 워싱턴, 마리 앙투아네트, 벤저민 프랭클린 같은 이들이 가장 가까운 사람인 어머니에게 희로애락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편지들입니다. '역사를 창조한 이 한 통의 편지'는 나폴레옹, 스탕달, 토스카니니 같은 위인들의 편지를 모은 책입니다. 바그너의 음악을 사랑한 보들레르가 바그너에게 보낸 편지와 베토벤이 '불멸의 여인'에게 보낸 편지 등이 담겨 있습니다.
(박 앵커)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경제에 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동근) 네 그렇습니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한 책이 한동안 쏟아졌었는데요, 이제는 한걸음 나아가 위기 극복 방법이나 위기 타개의 리더십을 다룬 책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전문가 공병호 박사는 신작 '공병호의 사장학'에서 직접 만난 사장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사업에 몰두하면 어려운 시기는 자신도 모르게 흘러간다"고 조언합니다. '매력이 경쟁력이다'는 책을 낸 경영컨설턴트 윤은기 박사는 "권력의 시대는 가고 매력의 시대가 왔다"면서 카리스마형 리더가 아닌 매력형 리더가 되라고 주문합니다. 해리포터의 주인공들에게서 경영의 지혜를 이끌어 낸 '해리포터가 GE를 경영한다면'과 스포츠 스타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챔피언의 심리학'도 관심을 기울일만한 책입니다.
(김 앵커) 경제 실용서도 좋지만 인문교양서를 읽으면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어떤 책들이 있나요.
(금동근) 인문학 책으로는 꼼꼼한 사료 분석을 통해 조선시대 성풍속도를 묘사한 '조선의 섹슈얼리티'와 왕에게 서슴없이 직언한 반골 선비들을 다룬 '조선의 발칙한 지식인을 만나다'가 눈에 띕니다. 스포츠 변천사를 통해 한국의 사회문화사를 다룬 '스포츠 코리아 판타지'와 근대 서구에서 예술이 발휘한 영향력을 짚은 '예술, 서구를 만들다'는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박 앵커)소설 부문에선 신경숙 씨의 '엄마를 부탁해'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신작 소설 중에선 어떤 책을 추천하시겠습니까.
(금동근) '어스시의 마법사'로 유명한 판타지 문학의 거장 어슐러 K. 르귄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기프트'와 '보이스'인데요 3월에 나올 '파워'와 함께 '서부해안 연대기'로 불리는 연작입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청소년들이 각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이밖에 이번 주에는 '어둠 속의 덱스터' '고모라' '경관의 피' '세잔을 위한 진혼곡' 등 범죄를 다룬 하드보일드한 작품들이 한꺼번에 나왔습니다. 끔찍한 사건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게 아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 앵커) 요즘은 동물이 영화나 책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데요, 특별한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다룬 책이 한 권 나왔다면서요.
(금동근) 네, 그렇습니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있는 작은 마을 스펜서의 공공도서관에 살았던 고양이 듀이를 소재로 한 책입니다. 책 제목 역시 '듀이'입니다. 듀이는 19년 동안 도서관에 살면서 마을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습니다. 또 듀이는 살가운 재롱으로 노인과 아이들의 친구가 돼줬고, 실직 가장에게는 용기를 주는 존재였습니다. 무기력하던 장애 소녀가 듀이를 알게 된 뒤 인생을 살 용기를 얻기도 했죠. 경제불황으로 분위기가 어둡던 스펜서 마을의 분위기는 듀이가 온 뒤로 밝아졌습니다. 듀이의 사연은 미국 전역으로 알려졌고, 2006년 11월에 듀이가 사망하자 미국의 언론들은 일제히 듀이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습니다.
(박 앵커) 경기 침체로 힘들어하는 모든 분들에게 듀이 같은 존재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금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