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세 천황 이야기’

  • 입력 2009년 2월 6일 17시 21분


◇세 천황 이야기/야스다 히로시(安田浩) 지음 하종문ㆍ이애숙 옮김/388쪽ㆍ2만원ㆍ역사비평사

천황은 이웃나라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우리 역사의 굴곡에 천황이 끼친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선 일왕으로 부르지 굳이 천황으로 부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상당하다. 이 처럼 일본이 근대 세계에 행한 범죄의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서라도 천황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일본 지바 대학 사학과 교수인 저자가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일본의 세 천황 무쓰히토(睦仁, 메이지)·요시히토(嘉仁, 다이쇼)·히로히토(裕仁, 쇼와)를 본격적으로 다룬 연구서적 ‘세 천황 이야기’는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천황이 깊숙이 관련되었던 정치적 사건을 대상으로 3대 천황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측근과 정권 수뇌부의 일기와 서한 등의 사료를 통해 밝히고 있다.

책에 따르면 각 시기 마다 천황에 대한 법적 규정이나 역할은 달랐다. 친정 체제를 구축한 메이지 시대에는 주권이 천황에게 귀결됐지만, 다이쇼 기에는 입헌 군주제였다. 다시 태평양 전쟁 시기 천황은 국정의 총괄하는 전제 군주로 돌아갔다. 애초 쇼와는 제국주의적 침략을 원하지 않았지만 전쟁으로 돌진하는 ‘무책임의 정치구조’에 노출됐다.

그렇다면 전쟁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저자는 천황 한 사람에게만 귀결되는 문제가 아니고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근대 천황제 전체에 책임을 묻는다.

저자는 “메이지 시기부터 ‘군명’의 이름을 빌어 정치 책임의 회피가 일어나고 있었다”며 “천황은 이따금 친정을 실시하면서 입헌군주로서 보필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했으며, 신하는 천황의 명에 의해 행동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양식이 일반화 됐다. ‘군신 상호 의존의 구조’라 불러야 할 거대한 무책임의 체계가 형성되었던 것”이라고 결론 내린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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