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초기 조총으로 무장한 일본군과의 육상전투에서 패배하던 조선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이순신을 중심으로 한 수군(水軍)이었다. 수군 활약의 배경에는 거북선과 판옥선(板屋船·명종 때 만든 조선 수군의 전투용 선박)에 장착된 천자총통, 지자총통, 현자총통, 황자총통 등 고려 말부터 개량해온 대형 화포가 있었다.
이 책은 화약무기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무기와 그 개발 배경을 살핀다. 전쟁기념관 학예연구관이자 전통 무기 전문가인 저자는 특히 전통 무기가 가장 많이 개발된 조선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조선 초기의 화기 중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휴대용 권총의 초기 형태인 세총통(細銃筒)이다. 세종이 평안도와 함경도 산악지대를 휘젓던 여진족을 토벌하기 위해 개발을 지시한 지상용 화약병기의 하나가 ‘길이 14cm, 구경 0.9cm’로 조선시대 화기 중 가장 작고 가벼운 세총통이었다. 적진에 침투하는 정찰병의 휴대용으로 고안된 세총통은 실전에서는 기병들이 말을 타고 쏘는 무기로 주로 사용됐다고 한다.
조선의 독창적인 화기는 선조 때 화포장(火砲匠) 이장손이 만든 비격진천뢰(飛擊震天雷)였다. 비격진천뢰는 폭탄의 점화장치(신관) 역할을 하는 죽통이라는 장치를 포탄 안에 넣어 목표 지점에 떨어뜨리는 무기. 천둥 번개 같은 굉음, 섬광과 함께 폭발해 수많은 파편을 쏟아내는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비격진천뢰는 임진왜란 때인 1592년 9월 일본군에 함락당한 경주성을 탈환할 때 큰 효과를 냈다.
저자는 고려 최무선이 개발한 화약무기부터 15세기 중반 개발된 미사일의 초기 형태인 신기전(神機箭), 1593년 평양성 탈환 전투 때 사용된 스페인에서 온 고성능 신식화포 불랑기(佛狼機), 고종 때 대원군 주도로 제작된 근대적 화포인 소포와 중포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통 무기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흥미로운 주제다. ‘무기와 폭약’(호비스트)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현대 걸프전에 이르기까지 전쟁에서 사용된 무기와 화약을 망라한다. 일본 전쟁 만화의 대표적인 작가인 저자는 화포와 철갑탄, 수류탄, 박격포, 지뢰 등 신무기의 발명과 진화를 글로써 상세하게 그린다.
‘무기의 역사’(가람기획)는 석기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의 무기와 갑옷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19세기 영국 고고학자이자 무기와 관련된 저술을 남긴 저자는 공격하는 무기와 방어하는 갑옷이 나란히 발달해온 과정과 그것들이 백년전쟁과 십자군전쟁 등 구체적인 전투에서 어떻게 사용됐는지 설명한다.
‘무기체계@현대·미래전’(이십일세기군사연구소)은 현대의 무기체계를 분석한 책이다.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전차와 화포, 항공기, 함정부터 유도무기와 대량살상무기, 최첨단의 무인체계 무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기 이야기를 담았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