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안타깝다]무릎치게 하는 ‘협상의 비법’ 빼곡

  • 입력 2009년 2월 7일 03시 01분


◇협상천재/디팩 맬호트라, 맥스 베이저먼 지음·안진환 옮김/437쪽·1만5000원·웅진지식하우스

《출판계에서 ‘잘 만든 책’이라고 자부하는 모든 책이 독자에게 호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소리 없이 서점에서 밀려나는 ‘안타까운 책’도 많다. 이처럼 ‘가치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책’을 출판 편집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전한다.》

1912년 미국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었다. 정계에 복귀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을 상대로 치열한 선거전을 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문제가 터졌다. 이미 제작된 홍보 팸플릿 300만 부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은 사진이 들어 있었던 것.

100억 원 가까운 돈을 물어야 할 판이었다. 선거본부장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그는 저작권자에게 이렇게 전보를 띄웠다.

“선거 팸플릿 300만 부에 귀하의 사진을 실을 예정. 전국에 귀하를 알릴 멋진 기회임. 대가로 얼마를 지불할 건지 즉시 연락 바람.”

이 협상으로 선거본부는 오히려 250달러를 벌었고 무사히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누구나 협상을 준비하고 두려워하지만, 그렇다고 누구나 잘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들이 25개국 수천 명의 고객과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협상의 정수만을 뽑아낸 것이다. 협상 준비단계에서부터 테이블에서의 전략, 협상 후의 처리까지 협상의 모든 과정과 챙겨야 할 것들이 담겨 있다. 내가 먼저 금액을 제시해야 할지, 거짓말은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지, 말이 안 통하는 최악의 상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직관만 믿고 살아온 ‘협상초보’들이 무릎을 치며 안타까워할 사례들이 가득하다.

저자들은 협상 자리에서 결코 직감이나 순발력에 기대선 안 된다고 말한다. 협상은 어디까지나 과학이며, 따라서 잘 준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말한다. 테이블에 앉기 전 이미 승패는 결정되어 있다고.

지금도 아마존에서 꽤 높은 순위를 자랑하고 있고 내용이 워낙 단단해서 많이 기대했던 책이지만, 당시 시장의 흐름이 예상과 달라 기대만큼 판매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읽어 본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아까운 책의 하나로 꼽았다. 고급 인문경영서를 쓰셨던 필자 한 분은 이 책을 두 번이나 읽고 인터넷서점에 서평을 올리는 등 열렬한 전도사가 되셨다. 흐뭇하면서도 아쉬운 대목이다.

신동해 웅진지식하우스 인문교양임프린트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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