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죽어버려라,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사는 것보다 차라리 사랑하다 죽는 게 낫지”, “배우들의 팬 서비스가 확실하다”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이 앳된 표정으로 스무 살로 돌아간 양 관객 평가를 한다.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와 줄리엣’은 프러포즈를 위해서라면 안심하고 볼 수 있는 공연이다.
‘대체 공연이 좋아서 기분이 좋은 건지, 같이 보는 사람이 좋아서 좋은 건지…’ 상대를 아리송하게 착각에 빠트리게 만들 수 있다. 줄리엣의 케플렛 집안과 로미오의 몬테규 집안을 붉은 의상과 푸른 의상으로 대비시켜 환상적인 색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만든다.
원수도 사랑으로 화해하는 판국에 지금 옆 사랑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음악과 춤, 프랑스 특유의 서정적인 노래가 흐르면서 매우 로맨틱한 분위기를 이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죽는 장면은 둘 곁에 지켜선 죽음의 정령의 춤과 붉은 대형 천막이 어우러져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사랑의 정열을 무대 곳곳에서 그대로 노출하기 때문에 발렌타인 데이에 보기 가장 적절하다.
자리는 무조건 좋은 자리에 앉겠다고 앞에서 보기보다는, 뒤쪽 좌석이나 2층, 3층도 무난하다. 무대 위·아래, 오른쪽·왼쪽 사면 곳곳이 볼거리가 가득해 멀리서 조망해도 괜찮다. 커튼콜 때 무대 앞으로 뛰어나가면 10여 분간 지속되는 배우들 앙코르 공연을 가까이에서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이 작품하며 사귄 연인이래”, “프랑스 거리 곳곳에 로미오와 줄리엣 음악이 흐를 정도로 엄청난 인기였대” 등 함께 공연 얘기를 하며 작업 멘트를 건네도 좋을 듯.
뮤지컬 음악이 가사와 함께 수록된 OST 앨범도 선물용으로 좋다. 각종 닭살 멘트를 노래가사가 대신해준다. 단, 파트너가 애수 짙은 노래를 좋아하는 취향일 경우에 한해서 선물하자.
○곁에 있는 사람에게 무조건 잘 해야지.…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
“살아있을 때 잘 해야지”, “옆에 있는 사람이 최고다”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는 관객을 무조건 순애보로 이끄는 연극이다.
발렌타인 데이에 화려한 멜로보다는 잔잔한 멜로를 보고 싶은 관객들이 보기 좋다. 조금씩 마음이 멀어지는 것 같은 연인을 데리고 가서 정신 교육을 시키기에도 좋다.
“당신은 내가 죽으면 어떡할 거야?” “나는 늙는데 당신은 영원히 젊다면 어쩌지?” 등 연극이 끝나고 유치하면서도 달콤한 대화소재를 얻을 수 있다.
발렌타인 데이에 대화거리가 없어 쭈뼛쭈뼛할 수 있는 어색한 남녀에게도 추천한다. 아내의 무덤가에 와서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주는 남편과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의 닭살 애교를 볼 수 있다.앙코르 공연에는 기존의 조재현 외에 안내상과 정웅인이 추가로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평소에 연극을 보지 않는 상대에게도 함께 보자고 설득하기 편하다. SBS ‘조강지처 클럽’에서 오현경의 남편으로 등장해 바람둥이를 연기했던 안내상이 재치 넘치는 순애보 남편으로 변신한다.
안내상은 “조강지처 클럽 보고 많은 사람들이 눈을 내리깔고 삿대질하고 그랬는데, 이 연극 보고서는 누군가 와서 내 손을 꼭 잡아주고 ‘아저씨 괜찮다’고 꼭 위로받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이 끝나면 그 생각이 절로 들테니 연인들끼리 함께 보고 배우를 찾아가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미션을 달성해보자.
특별한 데이트의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그윽한 정경이 아름다운 창경궁, 야경이 멋진 낙산 공원, 무료 공연이 두루 펼쳐지는 마로니에 공원 등 공연장 주변에 데이트 장소가 많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