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05>知之者가 不如好之者요 好之者가 …

  • 입력 2009년 2월 11일 02시 57분


知之者가 不如好之者요 好之者가 不如樂之者니라

‘논어’ 옹야(雍也)편의 이 장은 삶과 공부에서 알 知(지), 좋아할 好(호), 즐거워할 樂(락)의 세 단계를 차례로 비교하고, 樂을 궁극의 이상으로 삼았다.

知는 矢(시)와 口(구)로 이루어져 있다. 화살 矢는 신성한 것으로 간주되어 서약할 때의 표지로 사용했으므로 ‘맹세한다’의 뜻으로 사용된다. 口는 흔히 ‘입 구’라고 풀지만 실은 입과는 관계가 없다. 본래 신에게 기도하는 글을 넣어두는 그릇의 모양이었다. 따라서 知는 신에게 맹세하는 일을 가리켰으며 ‘분명히 한다’라든가 ‘분명히 깨닫는다’는 뜻을 지니게 되고 ‘맡아서 행한다’의 뜻으로도 사용되기에 이르렀다. 智는 知에 신성한 방패인 干(간)을 더해서, 신에게 맹세하는 일을 더욱 신성화한 글자다. 하지만 뒤에 知가 ‘안다’는 동사로 쓰이는 데 비해 智는 ‘지식’의 뜻으로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好는 갑골문자에서 女(녀)가 子(자)를 안은 모양이다. 곧,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안은 모습이다. 거기서부터 아름답다나 친하다의 뜻으로 쓰였고, 모든 것이 좋다는 의미에서 ‘좋다’의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 樂은 손잡이가 달린 방울에 술이 붙어 있는 모양인데 춤사위 때 그런 방울을 흔들어서 신을 즐겁게 하는 일을 가리켰다. 음악 악, 즐거워할 락, 즐길 요의 세 뜻과 음으로 사용한다. 不如(불여)는 둘을 비교해서 앞의 것이 뒤의 것만 못하다는 뜻을 나타낸다.

삶의 가치 있는 일에서 보면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더 높은 단계이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거워하는 것이 더 높은 단계이다. 다만, 공자는 스스로 학문을 좋아한다고 했지, 즐거워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우리도 자기 일에서 궁극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쉽게 자만해서는 안 될 일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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