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치머만의 초상
(1902년 유화 48X35cm)
‘성명축일에 꼬마 형이 된 나의 사랑하는 구스트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축복하오.’ ‘꼬마 오트럴이 총명하고 착하다는 사실이 기쁘구려. 그대로 오래 지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구스트와 오트럴은 클림트가 자신의 모델이었던 마리아 치머만 사이에 낳은 두 아들의 애칭이다. 그림으로 말할 뿐, 글이든 말이든 기록을 남기는 것을 질색했던 클림트. 자극적 연애를 즐기며 평생 독신을 고수한 그도 어쩔 수 없는 ‘아비’였다. 그토록 쓰기 싫어했던 편지를 종종 마리아에게 보내 자식의 안부를 챙겼다.
‘구스타프 치머만의 초상’은 구스트가 세 살 때 그린 유화. 발그레한 뺨과 금발머리, 흰옷을 입은 소년은 마치 천사 같다. 속 깊은 정을 담은 아버지의 붓을 통해 아들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전시장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오토의 초상도 걸려 있다.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이 담긴 시를 떠올리며 아버지의 눈물로 그린 작품을 다시 바라본다.
‘흠도 티도,/금 가지 않은/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더욱 값진 것으로/드리라 하올제,/나의 가장 나중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주시다.’(김현승의 ‘눈물’)
02-334-4254, www.klimtkorea.co.kr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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