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흥행 돌풍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월 11일 동아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워낭이 뭔지 아십니까? 말이나 소의 턱 밑으로 늘여 단 방울인데요. 40년이란 시간 동안 워낭소리를 울려 온 황소에 대한 이야기가 요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든 살 노인과 마흔 살 황소의 우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입니다.
(김현수 앵커) 저예산 다큐멘터리 영화인 '워낭소리'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낮술', '똥파리' 등 다른 독립영화도 함께 주목받고 있습니다. 문화부 손택균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손 기자, 워낭소리가 흥행하면서 '독립영화가 전성시대를 맞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이유가 뭔가요?
(손)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독립영화가 좋은 때를 만났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워낭소리'가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이 영화는 1월 15일 겨우 7개 스크린에 걸려 개봉했지만 입소문에 힘입어 지난 주말 상영관 수는 그 열 배인 70개로 늘어났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8일까지 30만7500명 이상이 이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워낭소리 제작과 마케팅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합쳐 2억 원이 조금 넘는데요, 지금까지 낸 매출만 18억 원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한 영화의 성공을 계기로 독립영화산업 전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낮술' 같은 영화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더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독립영화의 흥행 성적이 어떨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박 앵커) '워낭소리'는 어떤 영화인가요?
(손) '워낭소리'는 한 부부와 황소가 함께 걸어간 황혼을 3년 동안 뒤쫓으면서 기록한 다큐멘터리입니다. 보통 소는 15년 산다고 하는데, 노부부의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 황소는 무려 40년을 살았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이충렬 감독은 15년 동안 독립 프로덕션에서 음식, 여행 등 다양한 소재의 TV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6년 동안 전국을 떠돌다가 2005년 경북 봉화에서 80살 최원균 씨와 그의 늙은 황소를 만나 영화 데뷔작을 찍었습니다. 워낭소리는 2008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받았고,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 월드다큐멘터리 경쟁부문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김 앵커) 워낭소리의 흥행 비결은 뭔가요? 언뜻 보면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손) 워낭소리의 성공은 2002년 '집으로'의 흥행 성공을 기억하게 만듭니다. 이 두 영화는 모두 마음의 고향인 시골을 배경으로 한 따뜻한 이야기를 그렸죠. '집으로'는 외할머니와 손자의 애틋한 사랑을 보여줘 420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워낭소리의 감동은 내레이션 없는 화면에서 묵묵하게 베어납니다. 꼴을 베어 날라 새벽마다 쇠죽을 끓여 먹이는 할아버지의 앙상한 팔다리는 소가 평균수명 두 배를 넘도록 살게 한 힘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 줍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온갖 우울한 뉴스에 지친 사람들이 따뜻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실화에서 위안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 앵커) 제목이 독특해서 눈길이 가는 '낮술'은 어떤 영화인가요?
(손) '낮술'은 20세 이상 평범한 대한민국 남녀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법한 얘기입니다. 실연한 주인공 혁진의 친구들은 술자리에서 '위로 여행'을 가자며 강원 정선으로 떠나자고 의기투합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정선 터미널에 나타난 것은 혁진뿐이죠. 술에 취해 뻗어버린 친구들을 원망하며 찾아간 펜션에서 혁진은 "술 한 잔 사 달라"며 추파를 던지는 의문의 여인을 만납니다. 이때부터 혁진의 앞길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빛바랜 트레이닝복, 까칠한 콧수염, 덥수룩한 머리 등 백수의 요소를 완비한 '소심남' 혁진은 시종일관 심드렁한 얼굴로 죽도록 고생하면서 관객을 키득키득 웃게 만듭니다.
연출 제작 촬영 음악 미술 편집을 겸한 노영석 감독은 모친에게 빌린 1000만 원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요, '저예산 독립영화는 우울하다'는 편견을 뒤집는 유쾌한 영화입니다.
4월 개봉 예정인 또 다른 독립영화 '똥파리'는 지난 1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타이거상을 받아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박앵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양질의 저예산 한국영화가 앞으로도 관객과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손 기자,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