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기와 외모 내세워 인기몰이
작지만 강렬한 눈빛(김무열), 아기 피부에 찰랑거리는 머릿결(조정석), 훤칠한 키에 부리부리한 눈(신성록)….
공연 평에 올라와 있는 꽃남들의 외모에 대한 평가다. 뮤지컬 시장의 흥행을 좌우하는 20, 30대 여성들은 가창력과 춤 등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외모의 매력에 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는다.
이들 꽃남들의 캐릭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만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외모를 갖췄다는 것이다. 뮤지컬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요즘 20대 꽃남 배우들은 그냥 잘생긴 것이 아니라 순정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이전에는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등 대작 속의 선 굵은 영웅 캐릭터가 요구된 반면 요즘 작품에서는 섬세하고 세련된, 이른바 ‘쿨’한 캐릭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뮤지컬 제작 편수가 늘어나면서 매력적인 바람둥이나 성적 소수자 등 꽃남 캐릭터들이 유리한 작품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인기 많은 바람둥이 남학생이 주인공인 ‘그리스’, 여장남자 분장이 요구되는 ‘헤드윅’, 남성들의 동성애를 다룬 ‘쓰릴 미’ 등에 한 번씩은 출연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꽃남 배우들은 뮤지컬의 기본기에 외모라는 강점을 내세워 비교적 쉽게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에 무대 안팎에서 팬들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나이와 비슷한 연령대의 팬들을 만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무대 분위기를 연출한다. 파파프로덕션 이현규 대표는 “일부 꽃남 배우는 상대 배역보다 관객과 더 많이 호흡하려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진지한 노래를 부르다 관객을 보고 웃는 바람에 뮤지컬이 아닌 콘서트 분위기가 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뮤지컬 비주얼 바꾼 ‘2030女’의 힘
2000년대 중반부터 영화 드라마 가요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꽃남 바람은 뮤지컬 쪽에서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뮤지컬평론가인 이유리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공연 장르인 뮤지컬의 아주 큰 매력의 하나는 관객이 무대 위 배우를 직접 볼 수 있는 현장감”이라며 “최근 영화, 가요 쪽 스타들이 뮤지컬로 이동하는 것도 꽃남 바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우(29) 오만석(34) 엄기준(33) 박건형(32) 류정한(38) 씨 등 2000년대 활동한 뮤지컬 배우의 특징은 노래 춤 실력을 갖춘 전형적인 ‘훈남’ 스타일에 가까웠다. 하지만 남성들의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와 공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20∼30대 여성관객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제작진도 배우들의 비주얼을 고려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한 공연 관계자의 말처럼 이제는 남자 배우들이 성형수술을 받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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