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은 일생에서 뮤지컬을 한번도 본 적이 없고, 지금까지 극장에서 본 영화가 다섯 편도 채 안 된다는 작가다. 영화나 뮤지컬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스크린이 크기 때문에 보는 사람을 압도해 사고와 상상의 영역이 없다. 억압적이다. 폭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며 싫어한 이유를 밝혔다.
자연에서 노는 것을 더 좋아하고 책만 읽는 김훈 작가는 극장에 가지 않는 것을 자신의 ‘불구성’이라고 거론했다. 그런 그도 “내 작품을 (뮤지컬로) 해 준다는데 세상에 누가 반대하겠느냐”며 흔쾌히 원작 요청을 수락했다.
올해 가을에는 남한산성 뮤지컬을 보러 극장에도 갈 계획이다.
김훈 작가는 남한산성에 자주 다니며, 병자호란 때 무너진 폐허의 흔적을 보고 ‘끔찍한 충격과 슬픔’을 느낀 뒤 소설을 썼다.
그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현실 속,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곳에서도 인간은 살 수밖에 없겠다는 힘으로 집필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뮤지컬 역시 작가가 피력했던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에 초점을 두고, 백성, 인조, 신하 등의 캐릭터가 재창조된다. 주·조연 12명, 전문 댄서 6명, 무술·아크로배틱 배우 6명 등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배경이지만 현대적인 음악, 포스트모던의 무대 디자인, ‘잔인한 아름다움’을 주제로 한 안무로 꾸며질 예정이라고 한다.
총 30억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되며, 2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오는 10월 14일 성남아트센터 개관 4주년 기념작으로 첫 막을 올린다. 수원, 의정부 등 경기 순회공연을 마치면 호주, 중국, 프랑스 등의 해외공연이 추진된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