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의 특징은 바로 ‘모호함’
◇재즈 문화사/이원희 지음/480쪽·2만5000원·말글빛냄
《저자는 “재즈는 수줍고 단아하기도
하고, 학구적이기도 하며,
울분을 가슴에 감추고 있다”며
“재즈는 모든 가치를 철폐하고
무모한 탐험을 하는 모습을
띠기도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급기야 재즈를
“여성이면서 남성”이라고 규정한다.
이 복잡다단한 정의만 보면
“재즈가 도대체 뭔데?”라는
반문이 나올 정도다.
저자는 이런 반문에 답하듯
차분하게 재즈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국 재즈의 역사는 노예로 팔려온
미국 흑인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흑인이 예술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저항일 수밖에 없던 시절,
초기 재즈인들은 백인 전용
술집에서 연주했지만
늘 뒷문으로 출입해야 했다. 》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는 자신이 공연하는 술집 앞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저자는 “재즈의 씨앗은 흑인들의 삶 속에서 인종 간의 긴장이라는 ‘에너지’를 자양분 삼아 발아했다”고 말한다.
음악적 면에서 재즈의 고유한 특징을 파악하기 위해선 블루노트의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블루노트는 온음보다 반 정도 높거나 낮은 음으로 유럽 음악의 기준으로는 ‘음정에 맞지 않는 음’이다. 블루노트의 이 모호함이 재즈를 재즈답게 만들었다.
모호함은 여러 면에서 재즈를 특징짓는다. 저자는 “재즈의 발상지가 어딘지, 창시자가 누구인지 정확하지 않고, 재즈(jazz)의 어원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다”고 말한다. 어원에 대해선 사냥이라는 뜻의 ‘chass’에서 파생한 ‘jass’라는 단어와 연관이 있다는 설, 1860년대에 ‘jasm(활력)’이란 단어의 의미가 변하면서 만들어졌다는 설 등이 있다.
미국에서 금주법이 발효됐던 1920년대 들어 재즈는 번성한다. 마피아는 밀주를 만들어 불법 유흥업소를 운영했고, 재즈는 매일 밤 ‘값비싼 술잔치’의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했다. 1930년대의 스윙재즈 시대를 거쳐 제2차 세계대전을 겪는 동안 미국에선 비밥이 재즈의 새로운 장르로 부상했다. 비밥의 태동은 재즈를 모던재즈의 시대로 이끌었다.
저자는 “재즈는 100년이 갓 넘은 짧은 역사를 통해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단 하나의 유효한 명제가 있다면 그것은 ‘변하지 않는 재즈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동안 나온 재즈에 관한 책은 진지한 접근에서부터 가벼운 개론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재즈 권위자인 요아힘 베렌트의 ‘재즈북’(이룸)은 30년 넘게 당대의 재즈 뮤지션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저자가 재즈의 스타일, 대표 뮤지션들, 재즈의 구성 요소 등을 설명한 책이다. 재즈 평론가 사이먼 애덤스는 ‘재즈의 유혹’(예담)에서 재즈 명곡과 최고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음악 뒤의 이야기, 시기별 재즈의 특징을 정리했다.
미국에서 재즈사와 이론, 음악분석을 공부한 김현준 씨는 ‘김현준의 재즈파일’(한울), ‘김현준의 재즈노트’(시공사) 등을 통해 흑인음악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소개하고, 그 속에 얽힌 시대별 이야기를 다뤘다. 한국인으로서 바라본 재즈의 본질에 대한 해석과 한국의 재즈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제시했다.
‘재즈를 찾아서’(문학과지성사)를 쓴 대중음악 평론가 성기완 씨는 책에서 “재즈는 몸의 소리다. 몸이 괴로워서, 기뻐서 내는 소리다”라고 정의한다. 뮤지션을 다룬 평전으로는 ‘존 콜트레인’(책갈피), ‘마일즈 데이비스’(을유문화사) 등이 눈에 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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