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는 두 되들이 술잔이다. 본래 뿔로 만들었지만 뒤에는 금속으로 만들었다. 각진 모양이라서 네 개의 稜(릉·모)이 나 있고 중간 부분이 또 사각으로 두드러져 있다. 모두 여덟 모인 셈이다. 不고(불고)는 고답지 않다는 말이다. 哉(재)는 문장 끝에서 반문과 감탄의 뜻을 나타낸다. 고哉(고재)를 두 번 반복해서 고라 할 수 없음을 강하게 말했다.
주자(주희)는 공자가 有名無實(유명무실)의 현실을 두고 탄식했다고 보았다. 공자의 때에 이르러 여덟 모가 아닌 술잔을 두고도 고라 불렀다. 기물의 본질이 바뀌었는데도 예전 이름을 사용한다면 옳지 않다. 그래서 ‘고가 고답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단, 술잔의 모가 없는 사실만 두고 탄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갖가지 제도의 名과 實이 어긋나 있음을 한탄하면서 술잔을 예로 들어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해석은 공자가 고를 깎을 때 딴생각을 하느라 고의 모양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탄식했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르면 “고는 하찮은 그릇인데도 마음이 전일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거늘 큰일을 함에 있어서랴!”라고 자책한 뜻이 된다. 또 어떤 해석은 공자가 술주정을 경계했다고 풀이했다. 옛날에는 술을 마실 때 세 되를 적당하다고 했고 고는 두 되의 양을 담는 술그릇이거늘, 요즘은 고로 마신다면서 실제로는 아주 많은 양을 마셔댔으므로 탄식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주자의 설을 따랐다. 앞서 程이(정이)도 世道가 頹廢(퇴폐)하여 군주가 군주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한 현실을 탄식한 내용으로 보았다. 사실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존재 가치가 없고 나라가 나라의 꼴을 이루지 못하면 정당성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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