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높이 계시면서도 늘 下心하신 분”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월주 스님의 김추기경 회고

“가장 존경받고 높은 곳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하심(下心·자신을 낮춤)하는 분이셨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두 차례 지낸 월주 스님(74·영화사 회주·사진)의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회고다. 스님은 1971년 청담 스님 열반 때 조문 온 김 추기경을 처음 만난 뒤 오랜 인연을 쌓아 왔다. 이후 스님은 김 추기경, 개신교계의 고(故) 강원용 목사와 더불어 종교계 대표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과 종교 간 평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스님은 16일 김 추기경 선종 소식에 서울 명동성당으로 달려갔지만 시신이 도착하지 않아 1시간 반을 기다린 뒤 조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 추기경의 병환을 걱정하며 “김 추기경께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 대화합을 위해 큰 업적을 세우신 나라의 큰어른”이라며 “만약 타계하실 경우 국민장에 준하는 사회장으로 모시도록 배려해 주기 바란다”는 친필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김 추기경님은 말보다는 깊은 의미가 담긴 웃음과 낮은 곳을 향한 실천으로 주변을 설득하는 분이었습니다. 나이가 13세나 어렸지만 언제나 ‘총무원장 스님’이라며 깍듯하게 대하던 모습이 어제처럼 선합니다.”

스님은 2000년 5월 심산상을 수상한 김 추기경이 서울 수유동 심산 김창숙 선생의 묘소에 주저 없이 참배하는 것을 보면서 놀랐다고 말했다.

“나중에 (종교 지도자의) 묘소 참배를 화제로 꺼냈더니 ‘이런 말 저런 말 듣겠죠. 하지만 민족지도자인데 어떻습니까’라고 반문하시더군요.”

스님은 이어 “김 추기경님이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국민의 화합과 행복을 위해 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불가에서는 ‘본무생사(本無生死)’, 본래 생사가 없다지만 평생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신 만큼 좋은 세상에 가셨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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