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이어폰-헤드폰, 컬러 패션으로 승부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얼마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헤드폰과 관련된 재미난 사연이 소개 됐습니다. 최근 인기 있는 ‘오디오 테크니카’의 헤드폰을 구입한 학생이 헤드폰을 낀 채 집에 도착하자 그의 어머니가 놀란 듯 이렇게 얘기 했답니다.

“아니, 너 왜 초코파이를 헤드폰에 끼고 있어?”

소리 나는 부분이 갈색 스펀지로 돼 있어 겉에서 보면 마치 초코파이를 낀 것처럼 보였던 것이죠. ‘헤드폰=검은색’ 공식만 기억하는 부모님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죠.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헤드폰은 단연 ‘크레신’. 일명 ‘박태환 헤드폰’(사진)이었습니다. 수영 경기 전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는 박태환. 그가 사용한다는 크레신 ‘피아톤’ 헤드폰 시리즈는 지난해 10, 20대들에겐 아이콘처럼 떠올랐죠. 음질, 기능보다 이들에겐 ‘박태환 헤드폰’이 더 중요한 ‘팩트’인 셈이죠.

음악만 듣기 위한 헤드폰, 이어폰의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젊은이들은 이어폰, 헤드폰을 하나의 액세서리이자 패션 소품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경향은 ‘애플’의 ‘아이팟’ 박스에 들어있던 흰색 번들 이어폰이 나왔을 때부터라고 합니다. MP3플레이어보다 흰색 이어폰이 더 도드라졌으니 말입니다. 이후 형형색색의 이어폰을 소품처럼 걸치는 아이돌 가수들이 있는가 하면 목도리 두르듯 형광색 헤드폰을 목에 걸고 활보하는 패션모델들도 즐비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튀는 이어폰으로 승부를 거는 업체들도 많습니다. 덴마크 음향기기 브랜드 뱅앤올룹슨은 최근 빨강, 노랑, 초록 등 컬러풀한 이어폰을 내놨어요. 네덜란드 전자업체 필립스는 2년 전부터 크리스털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함께 아예 크리스털 이어폰을 만들었습니다.

“음악만 들으면 됐지…”라고요? 에이, 이어폰과 헤드폰마저 액세서리로 여기는 젊은이들에게는 자기 개성을 표현하고픈 욕망이 강한 것 아닐까요? 이들에겐 검은색 첨단 ‘블루투스(근거리무선통신기술)’ 헤드셋보다 뒤엉킨 갈색 줄 헤드폰이 나으니까요. 그래서 부모님들! 다음부턴 초코파이 끼고 다니는 아이들 보면 이렇게 말해보세요. “음∼ 스타일리시하군!”

김범석 산업부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