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 풍속 이야기 20선]<20>민족생활어 사전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민족생활어 사전/이훈종 지음/한길사

《“우리 것을 아끼자 사랑하자고 떠드는 것도 좋기는 하다. 그러나 대견하게 여기고 돌보자면, 우선 차분하게 알고 대해야지, 서먹서먹해서야 어떻게 사랑할 마음이 솟겠는가?…누군가가 손잡고 차근차근 일러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그 배역을 맡고 나선 것이 이 책이다.”》

까치와 호랑이 왜 함께 그렸을까

이훈종 전 건국대 국문학과 교수(1918∼2005)는 1992년 펴낸 이 책에서 옷차림, 머리쓰개, 바느질 도구, 집, 세간, 농기구, 공예, 여행, 묘제, 종교 의식 등 26가지 분야의 전통문화 관련 용어 3000여 개를 해설했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와 용어의 유래를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전통문화에 무지했는지 깨닫게 된다. 1993년 제34회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았고 지난해 6쇄가 나왔다.

이 책의 쓰임새는 저자가 집과 창살에 대해 설명한 부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예술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전문가와 초보자, 문외한이 있듯이 집을 보는 데 있어서도 상당한 감식안을 갖춰야 한다. 더구나 그것이 한국 고유의 건물일 때 우리는 남다른 사랑으로 이것을 대해야 되겠는데, 그러자면 어느 정도는 건물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할 것이다. 알아야 사랑할 맛이 날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 민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인공이다. 그런데 하필 왜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등장할까. 이런 그림의 발상지는 중국이다. 희작(喜鵲)이라고 불리는 까치는 기쁜 소식을 알려주는 전령이며 기쁜 소식을 상징한다. 표범은 한자로 ‘표(豹)’인데, ‘알린다’는 뜻의 ‘보(報)’와 중국식 발음(바오)이 같다. 그래서 표범과 같은 발음의 ‘보’와 기쁜 소식을 뜻하는 까치의 ‘희’를 합치면 보희(報喜), 기쁜 소식을 알린다는 뜻이 된다. 까치와 표범을 함께 그린 그림을 보희도라 불렀다. 우리는 표범과 호랑이를 통틀어 범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표범 대신 호랑이를 그린 것이다.

패도는 군복 차림일 때 차는 칼이다. 칼을 차는 방식이 특이하다. 오늘날의 민소매 조끼처럼 굵은 베로 만든 소매 없는 속옷을 받쳐 입고 왼쪽 겨드랑이 부분에 굵은 베를 겹쳐 만든 고리를 매단다. 저고리나 두루마기의 겨드랑이 부분에 구멍을 낸 뒤 군복을 차려입고 검의 끈을 고리에 걸어 칼자루가 뒤로 가게 찬다.

저자는 이런 전통을 모르는 TV 사극 제작자들을 비판한다. “텔레비전의 프로를 보면 군관이라는 작자들이 예외 없이 칼집에 꽂은 칼을 왼손에 든 채 날뛰고 있다…세상천지에 패검을 들고 다니는 군관이 어디 있더란 말인가.”

전통 복식인 도포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색깔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보통 도포는 흰색이라고 생각하지만 지위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뚜렷한 지위가 없으면 흰색, 지위가 높아지면서 점점 짙은 푸른 물을 들였다. 문무관의 첫째 품계인 1품 지위는 짙은 초록색 도포를 입었다. 도포의 술띠는 도포 색깔을 따라가다가 정3품 상(上) 이상의 당상관이 되면 복숭아꽃 빛깔인 도홍색을, 그보다 높은 지위는 자주색에 가까운 붉은색을 띠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물건이나 용어에 대한 설명도 있다.

조선시대 때 벼슬아치가 임금을 만날 때 손에 쥐었던 물건인 홀(笏). 길이 33cm, 너비 5cm가량의 이 나뭇조각의 용도는 메모지였다. 임금에게 물어볼 말이나 임금이 한 말을 붓글씨로 메모했다. 버선은 한자로 ‘말(襪)’이다. 양말은 서양버선이라는 뜻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