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 얼마나 맛있는지 아세요?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성석제 씨, 문학작품 명문장 해설서 펴내

“가능한 한 천천히 읽어보십시오. 천천히 듣고 천천히 씹으십시오. 사투리를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뜻을 다 몰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말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농촌과 농민의 삶을 소설 주제로 삼아 천착했던 이문구 작가의 소설 ‘우리 동네 김씨’에 대해 소설가 성석제 씨(사진)가 덧붙인 해설이다. 이처럼 문학작품 속 주요 장면과 명문장들을 성 작가의 짤막한 해설, 감상과 곁들여 감상해볼 수 있는 ‘맛있는 문장들’(창비)이 출간됐다. 문학나눔사무국의 ‘문학집배원’ 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부터 1년간 독자들에게 e메일로 전달했던 글을 모은 것이다.

저자가 선정한 작품들은 채만식, 황순원, 박완서, 윤후명, 김승옥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의 것부터 박민규, 이기호, 김중혁, 김애란 등 최근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다채롭다. 루쉰, 로얼드 달, 파블로 네루다 등 해외작가들의 작품도 소개됐다.

칠레의 시인 네루다의 자서전 ‘사랑하고 노래하고 투쟁하다’의 일부를 발췌하며 저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헌책방에서 우연히 네루다의 자서전을 발견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는 “이 시인이 제 인생에서 아궁이와 등대 속의 불꽃 같은 존재가 될 것임을 예감했다…그 존경의 근원이 소설을 쓰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1934년 쓰인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2000년대에 가져다놓아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을 모습”으로, 이기호 작가의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에 대해서는 “우리 소설문학의 강력하고 젊은 엔진소리”라고 소개한다. 동서고금의 명문장들과 함께 저자가 소설 속에서 느낀 해학의 정서와 삶과 자연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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