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전 대통령은 19일 김수환 추기경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명동성당에 재임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정해창 한국범죄방지재단 이사장을 보내 조의를 표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와병 중이어서 직접 조문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정 전 실장을 보내 정중하게 조문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김 추기경의 선종 소식을 접한 노 전 대통령은 1987년 6·29선언 직전 김 추기경을 만났을 때 김 추기경이 “직선제를 해야만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돌릴 수 있습니다. 노 대표(당시 민정당 대표), 마음을 비우는 자에게 하느님은 복을 주십니다”라고 권했던 일을 회고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소뇌위축증’이라는 희귀병 때문에 말과 거동이 불편한 노 전 대통령은 동생 노재우 씨와의 재산 분쟁으로 최근 마음까지 편하지 않은 상황이다.
1심 재판에서 패소한 노 전 대통령은 18일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내면서 “소송을 통해 얻은 모든 지분과 돈을 국가에 헌납하겠다”는 각서까지 썼다. 대통령 재임 때 조성한 비자금 120억 원으로 설립한 냉동회사 오로라씨에스의 실제 주인은 노재우 씨가 아니라 자신이며, 소송에서 이겨 회사를 되찾으면 추징금을 납부하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항소장에서 “국가에 추징금을 완납하기 위해 회사의 재산을 정리하려 했지만 동생이 이를 거부하고 재산을 빼돌렸다”고 밝혔다.
비자금 사건으로 추징금 2600억여 원을 선고받은 노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2340억 원을 납부했다. 최근까지 비자금 사건 등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을 담은 회고록 집필에 힘을 쏟았던 노 전 대통령은 추징금을 완납하면 회고록을 발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노재우 씨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돈으로 회사가 설립된 것은 맞지만 지금의 이사진이 증자를 통해 회사를 키웠다. 지금 회사를 돌려달라는 것은 재산 욕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