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눈물 어떻게 참을지…”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평신도 대표로 조사 낭독하는 한홍순 평협 회장

“떠나보내 드리는 마음을 3분(A4용지 1장)에 담아야 하는데 글이 써지질 않아 고통스럽습니다. 썼다 지웠다를 계속하다 보면 성령께서 도와주시겠지요. 막상 조사를 읽을 때 쏟아지는 눈물도 어떻게 참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인 한홍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 회장(66)은 20일 오전 10시 김수환 추기경의 장례미사에서 평신도 대표로 조사(弔辭)를 낭독한다.

19일 김 추기경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명동성당 옆 가톨릭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한 회장은 얼굴빛이 어두웠다. 25세 때였던 196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할 당시 바티칸을 방문한 46세의 김 추기경과 만나 40년 동안 이어온 연(緣)이 오히려 조사 쓰는 것을 방해한다고 한다.

“이것(조사)만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어요. 어떻게든 피할 수만 있다면 피했을 겁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제게 추기경님은 아버지 같은 분이셨으니까요.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미사를 드려주신 분도 추기경님이셨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며 눈가가 젖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싫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제가 (조사를)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정을 추스르려 애썼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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