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성경 시편 23편 1절)
경기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공원묘지 내 성직자묘역에 안장되는 김수환 추기경의 묘비 문구다. 이는 평소 추기경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 꼽은 것이다.
천주교 장례위원회는 19일 김 추기경의 입관과 장례미사, 묘역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밝혔다.
장례위 홍보담당 허영엽 신부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사제단이 공동 집전하는 장례미사가 끝난 뒤 추기경의 시신이 용인 성직자묘역에 안장된다”며 “묘비 문구는 추기경의 유지대로 결정됐으며 설치는 며칠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추기경의 봉분 크기는 가로 164cm, 세로 281cm이다.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도 라틴어와 한글을 병기해 묘비에 새겨진다. 김 추기경의 출생과 사망 일자가 묘비에 추가되며 묘비의 크기는 일반 신부의 것과 같다.
허 신부는 “사제들의 경우 부장품을 (관에) 넣는 경우는 거의 없고, 추기경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며 “이에 따라 추기경은 평소 미사를 집전할 때 입던 제의 차림으로 기도할 때 사용하던 나무 묵주를 손에 쥔 채 흙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장례를 간소하게 하라는 추기경의 유지를 받들어 용인 장지로 가는 운구 행렬도 시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신호등이 많은 곳을 피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