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 운구행렬 시민불편 안끼치게 돌아서 간다

  • 입력 2009년 2월 20일 02시 56분


묘비엔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 부장품은 묵주 하나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이 없어라.”(성경 시편 23편 1절)

경기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공원묘지 내 성직자묘역에 안장되는 김수환 추기경의 묘비 문구다. 이는 평소 추기경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로 꼽은 것이다.

천주교 장례위원회는 19일 김 추기경의 입관과 장례미사, 묘역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밝혔다.

장례위 홍보담당 허영엽 신부는 “20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국천주교 주교단과 사제단이 공동 집전하는 장례미사가 끝난 뒤 추기경의 시신이 용인 성직자묘역에 안장된다”며 “묘비 문구는 추기경의 유지대로 결정됐으며 설치는 며칠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추기경의 봉분 크기는 가로 164cm, 세로 281cm이다.

김 추기경의 사목 표어인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도 라틴어와 한글을 병기해 묘비에 새겨진다. 김 추기경의 출생과 사망 일자가 묘비에 추가되며 묘비의 크기는 일반 신부의 것과 같다.

허 신부는 “사제들의 경우 부장품을 (관에) 넣는 경우는 거의 없고, 추기경께서도 이 부분에 대해 특별한 말씀이 없었다”며 “이에 따라 추기경은 평소 미사를 집전할 때 입던 제의 차림으로 기도할 때 사용하던 나무 묵주를 손에 쥔 채 흙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허 신부는 장례를 간소하게 하라는 추기경의 유지를 받들어 용인 장지로 가는 운구 행렬도 시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신호등이 많은 곳을 피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