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박, 자배기, 살강, 멱둥구미, 방구리….
아이들은 물론 어른에게도 이름이 낯선 이들 물건은 모두 우리네 옛 살림살이다. 이 책은 전통 살림살이 80가지를 주로 쓰이는 계절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입춘부터 대한 등 24절기에 대한 소개도 담았다.
이름부터 소박하고 정겨운 곰박은 뜨거운 물에 데치거나 삶은 음식을 건지던 도구다. 보통 소나무나 솔비나무로 만드는데 요즘 주방기구로 치자면, 삶은 국수를 건져낼 때 쓰는 국수주걱이나 국수자루에 해당하는 살림살이다.
방구리는 물을 길어 나르거나 음식을 담아두던 작은 항아리. 방구리에는 쌀이나 밀가루로 쑨 풀을 담가두기도 했는데,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한다’(자주 드나든다)는 속담에 나오는 방구리도 바로 이 항아리를 가리키는 것이다.
고리버들가지를 엮어 둥글납작하게 짠 뚜껑 있는 상자인 동고리는 쓰임이 다양했다. 크기에 따라 도시락으로 쓰이기도 했고 반짇고리, 버선 등을 담아 놓기도 했다. 바닥을 촘촘하게 엮으면 떡 같은 음식을 담아도 새지 않아, 여자가 혼인할 때 시댁에 보내는 음식인 이바지도 동고리에 담아갔다.
빗자루 하면 흔히 마당을 쓸 때 사용됐던 싸리비를 떠올리지만 이 밖에도 종류가 다양했다. 만들어진 재료나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붙여졌는데 수수로 만든 건 장목비라 하고, 갈대 이삭을 묶어 만든 비는 갈목비라고 불렸다. 사랑방을 치우는 데는 솔로 만든 솔비를 썼다. 방 빗자루에 고운 수를 놓은 빗자루는 꽃비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요즘은 좋은 장난감이 넘쳐나지만 옛날 아이들에겐 살림살이인 빗자루가 장난감이 되기도 했다. 싸리 빗자루는 인형이 되기도 했고, 전쟁놀이를 할 때 쓰는 칼로 변신하기도 했다.
살림살이에는 옛 사람들의 마음가짐도 담겨 있다. 어른들은 주걱으로 밥을 풀 때는 꼭 들이 푸라고 했다. 주걱판이 집 안쪽을 바라보게 밥을 푸라는 뜻으로, 그렇게 하면 복이 집 밖으로 달아나지 못한다고 여겼다.
이름 못지않게 생김새도 생소한 각각의 살림살이마다 세밀화를 곁들였다. 책 중간 중간 봄맞이 대청소, 화전놀이, 차례 지내기, 가을걷이, 메주띄우기 등 계절별 옛 사람들의 삶의 풍경들을 일러스트로 보여준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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