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008 연기대상 남자 신인상’을 받은 탤런트 정겨운(사진)이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에서 상처받은 망나니 대기업 후계자 이민수 역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19일 그를 만나 미니홈피 다이어리 글을 소재로 무명에서 주목받는 신인으로 서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요새 미니홈피에 신경을 못 썼는데 지금 보니 민망하다”고 말했다.
▽2005년 9월 22일 “누가 나를 알겠느냐?”=‘건빵선생과 별사탕’에 출연한 뒤인데, 인터넷을 검색해도 저에 대해 나오는 것도 없고, 캐스팅 제의도 없고…. 의기소침했어요. 돈도, 가진 것도 없었죠. ‘나이트클럽에 가도 누가 나를 알아보겠어. 그냥 놀러 가자….’ 뭐 그런 거였죠.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내가 지금 집을 뛰쳐나가서 사람들을 만나면 행복할까? 날 찾는 전화가 안 오는 휴대전화를 원망할까?”=크리스마스에 너무 외로워서요. 지금 보니까 풋풋하네요. 그날 만나자고 한 사람도 있었는데 거절당했어요.
▽2006년 10월 16일 “자 이제 전투적으로 간다. 안 되면 부딪치고 막히면 파헤쳐서 찾아내자. 패배자가 되지 말자.”=‘밑바닥에서’라는 뮤지컬의 남자주인공 ‘페페르’를 했는데 진짜 열심히 연습했죠. 단체 관람 손님이 오면 하루 세 번도 공연했고요. 그리고 12월에 ‘행복한 여자’에 캐스팅됐어요.
▽2007년 12월 29일 “끝이 안 좋아 끝이…”=드라마 끝내고 배역 제안이 올 줄 알았어요. 근데 안 오더라고요. 이대로 잊혀지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거리를 걸어가면 사람들이 한 번 쓱 보고 고개를 갸웃하고 그냥 지나가요. ‘중고 신인’ 있잖아요. 그때는 기분 처절했죠. 요즘은 다이어리에 글을 쓰고 싶어도 생각이 잘 안나요. 고달프지 않기 때문일까요? 연기 인생이 10층이라면 이제 1층에서 2층 간신히 올라가는 중인 것 같은데 말이에요.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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