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은곳에서 가장 먼 꿈을 꾸다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뮤지컬 제작자 박명성씨 무대인생 담은 책 ‘뮤지컬 드림’

2003년 6월 한국어 버전으로 처음 제작되는 뮤지컬 ‘맘마미아’의 배우 오디션이 열렸다. 여주인공 ‘도나’ 역에는 내로라하는 스타 여배우들이 지원했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내한한 영국 제작팀은 가창력이 뛰어난 ‘명성황후’의 이태원을 마지막까지 고민했으나 최종 주연은 박해미를 점찍었다.

“…해미 씨가 이 글을 보면 섭섭하다고 할지 몰라도 나는 런던팀에 재고를 요청했다. 나는 조연출 시절부터 그를 봐왔다. 자유분방한 성격,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술가적 기질. 나는 그녀와 같이 작업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인지도가 낮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내 대표적인 뮤지컬 프로듀서이자 제작자인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가 자신의 뮤지컬 인생을 담은 책 ‘뮤지컬 드림’(북하우스)을 펴냈다.

이 책에는 ‘맘마미아’ ‘시카고’ ‘아이다’ 등 그가 제작한 뮤지컬의 뒷이야기와 그가 뮤지컬 프로듀서로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고 차범석 씨와의 일화도 눈길을 끈다. 생전 고인은 가난한 연극 조연출이던 그에게 명절 때마다 고향 갈 여비며 선물을 챙겨주곤 했다. 하지만 몇 년 전 박 대표가 차 씨의 희곡 ‘산불’을 뮤지컬 ‘댄싱 섀도우’로 만들면서 원작료 1000만 원 중 반만 입금하고 나머지는 일주일 늦게 드리겠다고 하자 불같이 화를 냈다. “내일 당장 입금해!”

10년을 아버지처럼 모셨던 그로서는 서운했으나 이어진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눈물이 콧잔등에 흘렀다. “나와의 약속도 지키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것 아니냐. 일등 제작자가 되려면 가까운 사람과의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 특히 돈 문제에서 ‘뒤가 구리면’ 안 돼.”

뮤지컬 프로듀서를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먼 꿈을 꾸는 사람’으로 정의한 그는 “꿈을 꾸지 않는다면 장사꾼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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