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14>富而可求也인댄 雖執鞭之士라도…

  • 입력 2009년 2월 26일 02시 57분


富而可求也인댄 雖執鞭之士라도 吾亦爲之어니와 如不可求인댄 從吾所好하리라.

富裕(부유)해지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 보편의 욕망이다. 하지만 不義(불의)를 저지르면서까지 富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논어’ 述而편의 이 章은 가르친다.

富而可求也(부이가구야)에서 而는 ‘∼의 경우, ∼라는 것’이라는 어조를 지닌다. 이 구문은 ‘∼의 경우, ∼할 수 있다면’의 가정을 나타내는 관용구이다. 雖는 ‘비록 ∼일지라도’의 가정을 나타낸다. 執鞭之士(집편지사)는 왕후의 행렬이 지나가도록 앞길을 정리한 미천한 일꾼이다. (벽,피)除(벽제)를 맡았던 驅從(구종)과 別陪(별배)에 해당한다. 吾亦爲之(오역위지)의 亦은 ‘그런 미천한 일이라도’의 뜻이다. 아무리 미천하다 해도 그것이 올바른 직업이어서 성실하게 일해 부를 얻을 수 있다면 나는 그런 미천한 일을 마다 않겠다는 말이다.

如不可求(여불가구)의 如는 ‘만일 ∼이라면’의 가정을 나타낸다. 이 구절은 ‘그런 미천한 일을 해서는 부를 얻을 수 없다면’으로도, ‘세상이 혼란스러워 그런 정도의 일로는 부를 얻을 수 없다면’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어떻든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라는 뜻을 함축한다. 從吾所好(종오소호)는 ‘내가 좋아하는 옛 도를 따라 행한다’로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대로 살아간다’로도 읽을 수 있다.

이 章에 대해, 공자가 세상이 어지러워 벼슬할 수 없음을 한탄했다고 보아도 좋다. 하지만 공자는 같은 述而편에서 “不義로우면서 부귀한 것은 내게는 뜬구름과 같다”고 말했다. 富貴在天(부귀재천)의 天命觀(천명관)을 믿고 일체의 不義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말로 보는 것이 더 좋겠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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