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희망을 말하다 릴레이 인터뷰] 별난 공연쟁이② 심바루

  • 입력 2009년 2월 27일 07시 22분


돈과는 거리 먼 예술인 안타까워 돈 버는데 탁월한 노하우 발휘 갈곳 없는 아티스트 둥지 만든다 - 심바루

○ 나는 맑은 물! 공연의 금을 찾아 흐른다.

심바루(48), 이름 참 특이하다. ‘똑바루(로)’ 살고자 개명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건넨 명함은 재활용 종이였다. 이젠 쓸모없는 남의 명함 뒤에 자신의 도장을 꾹 찍어줬다.

‘에릭심, 종합예술인 겸 기업인, actor, artist, writer&believer’등의 단어가 어릴 적 ‘참 잘 했어요’도장처럼 동그랗게 테를 둘러 보라색으로 찍혀있다. 심씨는 “든든한 배경 없고 갈 곳 없는 아티스트들에게” 공연 기회를 마련해주는 게 지금의 꿈이다.

인생 이력은 화려하다. AT&T, 워너브라더스, 노키아 지멘스네트웍스코리아 등에 재직하며 한 달 6000∼7000만 원씩의 돈을 벌기도 했으나, 2007년 12월 18일 그 생활을 접었다. 밤새 눈물 흘리며 인생을 돌아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항상 딴따라에 대한 피는 어쩔 수 없었다. 대학 연극 동아리 안성기 선배가 ‘너는 영화 출연해 얼마나 받느냐?’ 고 웃더라. 평생 동안 영화 출연료 계산해봤는데, 28만원이었다.” 어린 시절 개그맨 경험도 있다. 81년 김명수 PD의 ‘영11’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에 데뷔했다가, 당시 경기여교 교사, 문교부 장학사 출신의 어머니는 “아들이 너무 창피하다”며 그를 미국으로 보내버렸다.

이후 그는 사업가 자질을 발휘하며 그 분야에서 승승장구했다. “한국 회사와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돈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월급이 너무 세서 날 감추고 산 거다. 항상 최고급 호텔에,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에, 값비싼 레스토랑에… 초호화 생활만 했다. 맥도날드에 가도 안 됐다. 나는 똑똑한 척 했고, 모든 게 연기였던 거다.”

그는 직장 몰래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이태원에서 DJ로도 일했다. “비트가 나오면 너무 흥분이 되고, 오늘 이 사람들을 어떻게 춤추게 만들 것인지 고민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부수적으로 하다보니 자연스레 강산에, 강리나, 김선경 등 친한 친구들과 사조직이 형성됐다. 그는 현재도 이들과 ‘지구방위대’를 조직, 환경운동 퍼포먼스도 하고, 가족과 환경을 생각하는 착한 공연을 꿈꾸며 연기 아닌 진심의 삶을 살고 있다.

영화배우 출신의 강리나와는 꾸준히 환경 전시회를 하고 있고, 뮤지컬 배우 김선경과는 물이나 돈 때문에 고통 받는 사람들을 돕고 산다. 요새 화두는 물이다. 강산에 노래 ‘이구아나’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심바루의 딸일 정도로 강산에와는 둘도 없는 친구다.

심 씨는 재직 시절, 일과 취미를 함께 한 바람에 자연스레 일을 ‘빨리’ 할 수밖에 없었고 집중력도 높다. 지금도 그는 ‘돈 버는 것’만큼은 자신 있단다. 예술가 동료들이 너무 자주 사기를 당하고 마케팅에 약한 것을 보면서, 그는 전면에 등장할 필요성을 느꼈다. “예술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그는 자칭 아트액티비스트(아티스트와 액티비스트를 결합한 예술행동가)로 사느라 지금이 더 행복하고 분주하다.

대안은 바로 착한 공연 회사였고, 지금 그 수단은 물이다.

집이 캐나다 밴쿠버인 그는 캐나다 빙하수를 수입해 팔며 이 돈을 공연에 쓰기로 자신과 동료들에게 약속했다. 자신의 외국 경험도 해외 아트 매니지먼트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기대 중이다.

금은 물 안에서 더 빛난다. 금이지만 아직 금이 되지 못한 가난한 배우들, 숫기 없는 젊은 예술가들을 발견해 자신의 물로 더 광채가 나길 바라며 산다. 심바루는 오늘도 환경운동과 물 사업에 ‘똑바루’ 전념하고 있다.

Clip> 다음 주 희망 릴레이 인터뷰이는 이재국 작가가 추천한 김영원입니다. 넌버벌퍼포먼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의 초기 기획자로 비보잉 공연의 대중화와 세계무대 도전에 열심인 공연기획자입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무대, 희망을 말하다 릴레이 인터뷰]별난 공연쟁이① 이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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