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학교가 시시하다고? 그렇다면…

  • 입력 2009년 2월 28일 03시 03분


◇도대체 넌 뭐가 될 거니?/황선미 글·선현경 그림/56쪽·7500원·비룡소 (초등 1,2년)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다정이는 학교가 시시하기만 하다. 유치원에서 배운 한글을 또 배우는 것도 재미없고, 다 아는 쉬운 덧셈을 풀고 있는 것도 지루하다. 더 싫은 건 짝 안창우다. 창우는 단 한 번도 ‘김다정’이라고 제대로 불러준 적이 없다. 다정하지 않다고 안다정, 쌀쌀맞다고 쌀다정, 잘난 척한다고 척다정….

다른 친구들도 마음에 안 들긴 마찬가지다. 수지는 너무 수다쟁이라 피곤하고, 상민이는 아직도 유치원생처럼 몸집도 작고 말도 제대로 못한다. 아침마다 학교 가기 싫다고 투덜대는 다정을 보며 엄마는 매번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쟤가 도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나 몰라.”

어느 날 받아쓰기 시간. ‘앤날에 애딴집에서(옛날에 외딴집에서)’라고 받아 적고 있는 창우가 한심해 답을 알려주다가 다정이는 담임선생님께 걸려 벌을 받는다. 교실에서 바지에 똥을 싼 상민이 때문에 교실은 아수라장이 되고, 참다못한 다정이는 선생님한테 말한다.

“선생님, 학교에 실망이에요. 저 학교 끊을래요.”

별 스티커를 둘러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의 심리를 실감나게 그려 낸 베스트셀러 동화 ‘나쁜 어린이표’의 작가 황선미 씨가 이번에는 학교가 시시한 초등학교 1학년의 이야기를 다룬 신작 동화를 펴냈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첫 사회 체계인 학교는 선택적으로 고를 수 있는 유치원이나 마음에 안 들면 언제라도 끊으면 되는 학원과 다르다. 상냥한 유치원 선생님에 비해 초등학교 선생님은 무섭고, 공동생활에 대한 규율도 엄격하다. 반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입학 전부터 한글은 물론 영어며, 한자며, 구구단까지 이것저것 많은 걸 미리 배운 요즘 아이들에겐 시시할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다정이처럼. “다시는 학교 안 올 거야! 이까짓 받아쓰기는 벌써 다 아니까!”

다정이 같은 아이에게 학교는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 다정이가 “딱딱하고 절대로 안 웃는 할머니”라며 싫어했던 담임선생님은 학원처럼 학교를 끊겠다는 맹랑한 다정이를 잠시 바라보더니 반 전체에 ‘특별한 숙제’를 내준다. 1. 자기 꿈이 무엇인지 표시 내고 오기(그림, 옷, 물건 사용해도 됨) 2. 절대로 말로 하면 안 됨!(표시만 보고 서로 알아맞히기) 3. 엄마 아빠한테 묻지 않기(반드시 자기 생각이라야 함)

이 숙제 덕분에 다정이는 친구를 이해하고 어울리는 법을 배우게 된다. 비록 받아쓰기는 엉망진창이지만 그림을 잘 그리는 창우와도 친구가 된다. 똑똑한 ‘똑다정’에게 창우는 “내 꿈은 만화가 아저씨”라고 고백한다.

학교는 ‘이미 알고 있는 걸 또 가르치는 시시한 곳’이 아니라 각기 다른 꿈과 개성을 가진 친구들이 함께 어울려 지내는 즐거운 곳이라는 것을 일러준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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