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은 통일에 대한 문학적 응답”

  • 입력 2009년 3월 3일 02시 58분


작가 조정래 씨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로서 맞는 오늘의 기쁨과 보람은 오직 독자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작가 조정래 씨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로서 맞는 오늘의 기쁨과 보람은 오직 독자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소설가 조정래 씨 200쇄 돌파 간담회

“소설 ‘태백산맥’은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어떻게 이뤄갈 것인가에 대한 문학적 응답이었습니다. 이적성 시비에 휘둘렸던 이 작품이 독자들의 힘으로 200쇄를 돌파했듯, 현재 남북의 대응 국면도 민족의 힘으로 평화롭고 이성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조정래 작가(66)의 태백산맥(전 10권·해냄) 200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19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1989년 완간된 뒤 20년 동안 200쇄를 넘었고 모두 7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조 작가는 “대하소설을 쓸 때는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터널 속으로 들어가는 절망감과 각박한 심정으로 4, 5년간 그것에만 매달린다”며 “소설을 쓸 당시 이렇게 엄청난 독자들의 사랑이 있으리라 생각지 못했는데 지금 느끼는 이 기쁨은 오직 독자들이 만들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은 작가의 경험 여부가 결정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경험보다 의식의 문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 문제가 처절하고 척박할수록 쓸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새 작품을 위해 ‘태백산맥’ ‘아리랑’ 등을 빨리 잊는 것이 작가로서 극복해야 할 문제지만 후배들이 대신해 대하소설의 맥을 이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조 작가는 내년 발표 예정으로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소설가 김훈 씨가 축사를 통해 “1980년대 초 현대문학 연재 당시 이 작품이 과연 완성될 수 있을 것인지, 작가는 무사할 수 있을지가 식자들의 걱정이었다”며 “공안통치 시절의 시련과 평단의 편견을 보기 좋게 극복하고 200쇄까지 맞은 것은 오직 소설 자체와 독자들의 성원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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