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일종의 전향서다. 오스트리아 화가 클림트의 작품을 미워하다가 사랑하게 된 인문학자의 반성문이다.
서양문화예술에 대한 다양한 책을 내놓은 저자(영남대 교수)는 클림트를 싫어했다고 한다. 너무 선정적이고 너무 일본적이고 너무 장식적이라는 이유로. 클림트를 비판한 아돌프 로스의 ‘장식과 범죄’를 미술이해의 전범으로 삼을 정도였다.
그러다 마흔이 넘어 빈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에서 클림트 작품을 접하고는 황홀감에 빠진다. 그날 발견한 클림트는 관능적이고 퇴폐적인 속된 화가가 아니라 신비롭고 조화롭고 성스러운 화가였다. 클림트의 황금빛은 부르주아 문화의 싸구려 금박이 아니라 숭고한 영원의 빛깔이었다.
그때부터 클림트는 일종의 거울이 된다. 그것은 클림트의 그림을 에로티시즘으로만 접근하는 통념의 허점을 비추는 거울이다. 장식을 야만 내지 퇴보로 취급한 ‘장식과 범죄’에 숨은 오리엔탈리즘을 폭로하는 거울이다. 흰색과 단순함이 한국적이고, 화려하고 복잡한 것은 일본적이라는 미의식이 왜곡됐음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도발적이면서도 해박한 이 반성문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성(聖)과 속(俗)이 결국 하나임을 간과했고, ‘싸구려 복제품’을 보고도 직관적으로 클림트의 가치를 깨친 이들에 대한 경의가 빠졌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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