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한번 들어봐!’ 베토벤이 얘기하는 것 같죠?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6일 열린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에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합창곡을 부르는 관객들을 향해 ‘크게 불러 달라’는 뜻으로 귀에 손을 대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열린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에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합창곡을 부르는 관객들을 향해 ‘크게 불러 달라’는 뜻으로 귀에 손을 대고 있다. 연합뉴스
정명훈 예술감독, 초중생 2300명에 곡 연주하며 설명… “감동의 무대” 환호

“베토벤 아저씨!”

2300여 명의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6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입을 모아 소리쳤다. ‘마에스트로 정명훈과 함께하는 음악 이야기’에 초대받은 손님들이다.

‘…음악 이야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예술가와 학생들의 달콤한 만남’의 첫 행사. 문화예술계 스타와 학생의 만남을 통해 예술가의 꿈을 키우고 문화체험도 할 수 있게 하는 자리다.

이날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의 지휘와 해설로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선보였다.

정 감독이 환하게 웃으며 무대에 등장하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운명’과 맺은 인연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운명’ 교향곡은 굉장한 힘이 있는 곡이에요. 어린 시절 이 곡을 듣고 ‘나도 지휘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우리 아들도 여러분만 할 때 ‘운명’을 처음 접한 뒤 음반을 사달라고 하더니 수도 없이 듣더라고요. 지금은 지휘공부를 하고 있답니다.”

그는 ‘딴딴딴 따∼’로 시작하는 ‘운명’ 1악장의 첫 부분을 바이올린 소리로만 선보인 뒤 합주로 여러 악기가 어우러지는 ‘교향곡’을 들려줬다. 오케스트라의 화음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자 어린이들은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다.

“‘딴딴딴 따∼’는 마치 ‘이 음악을 들어봐라!’라고 얘기하는 것 같지요? 혼자 하는 것과 여럿이 하는 것이 이렇게 차이가 크답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힘이 있는 까닭이지요.”

정 감독은 “클래식 음악이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이유는 반복해 들어야 숨어 있는 깊은 뜻을 하나씩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개그우먼 박지선 씨가 깜짝 손님으로 출연했다. 서울시향의 반주에 맞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중 ‘땅 위의 기쁨’(‘환희의 송가’ 번안곡)을 박 씨와 관객이 함께 불렀다.

서울 덕수초교 5학년 정민경 양은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처음 들었는데 참 좋다”면서 “베토벤이 얼마나 열정적인 작곡가였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문백초교 이정희 교사(41)는 “아이들이 교과서에서만 접한 클래식을 눈과 귀로 경험할 수 있는 자리였다”면서 “아이들이 정명훈 지휘자를 직접 봤다며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뒤 극장 로비에서 정 감독은 함께 사진을 찍자는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였다. 정 감독은 “클래식 음악은 어릴 때부터 친숙해져야 한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를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동아닷컴 온라인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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