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이후 국민이 보여준 깊은 관심과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명동성당을 가득 메운 추모 행렬은 가톨릭 국가라고 해도 보기 어려웠을 겁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6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집무실에서 지난달 16일 김 추기경 선종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정 추기경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우리 사회에서 한국 천주교회에 보여준 사랑은 과분하게 큰 것이었다”며 “앞으로 가톨릭이 더욱 본분을 지키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추기경 선종을 보도한 2월 18일자 로마 교황청 주보 1면을 보여주면서 교황청이 선종 당일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장례를 교황의 이름으로 진행하도록 한 것은 한국인이 보여준 추모 열기를 감안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 추기경이 떠난 자리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선종 몇 해 전부터 김 추기경의 삶은 마지막 찬란한 빛을 뿜어내는 ‘장엄한 낙조’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게 당신을 ‘바보’라고 자처한 것인데 마지막 깨달음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큰일 때문에 찾아가면 ‘다 알아서 하시지’ 하면서도 한마디 힌트를 주시던 든든한 ‘큰형님’이었습니다. 이제 어디서 내가 훈수를 받아야 할지 걱정입니다.”
6월 로마를 방문할 예정인 정 추기경은 또 다른 추기경 서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우리나라에 (추기경이) 여러 분 있으면 좋죠. 하지만 세계 가톨릭 신자가 11억 명이 넘는데 교황선출권이 있는 추기경은 120명을 넘지 못합니다. 추기경 수는 각국 가톨릭 신자 수(한국 약 500만 명)와 비교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정 추기경은 “명동성당을 찾은 많은 조문객과 불편함을 참아준 명동성당 주변 상인 등 모든 분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