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소생하는 봄.
식탁 위에 파릇파릇한 봄나물은 마치 봄의 전령사처럼 느껴진다. 고소한 참기름 한 방울 ‘똑∼’떨어뜨린 향긋한 봄나물은 얼었던 입맛을 살살 녹인다.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는 비빔밥,꾸물꾸물 산 낙지,상큼한 겉절이…. 역시 고소하고 감칠맛 나는 참기름 없이는 영 허전하다. 참기름은 그 향만으로도 군침을 돋운다. 한국에서는 삼국시대 때부터 향미료. 약으로 빠뜨릴 수 없는 식품 중 하나였다. 삼국시대에 폐백 품목 중 하나로도 참기름이 들어가 있었으니…. 행복한 신혼부부를 보고 “참기름 냄새가 폴폴 난다”고 비유하곤 했다. 행복감을 주는 맛,참기름.약식동원(藥食同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열려라 참깨!’
천일야화 아라비안나이트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나오는 주문이다. 많은 먹을거리와 곡식 가운데 왜 하필이면 ‘참깨’였을까?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이집트와 인도에서는 참기름을 이용한 전통의학이 크게 발전했다.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인도 전통의학 ‘아유르베다’는 참기름에 약초를 넣어 달인 기름을 몸에 발라 질병을 치료하고 노화를 예방했다. 이집트에서는 참기름이 더운 지방에서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참기름을 미라를 만드는 재료로 썼다.
결국 ‘열려라 참깨’는 조그만 알맹이인 참깨에서 무거운 돌을 움직일 정도로 큰 힘이 나온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주문인 셈이다.
참기름은 역사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우수한 식품으로 인정받았다.
기원전 400년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참깨는 사람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먹을거리”라고 표현했다.
참깨의 효능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중국 속담도 있다.
‘100일을 먹으면 모든 병이 완치되고 1년을 계속 먹으면 피부에 광택이 나서 아름다워지고 배가 안고프다’ ‘2년을 먹으면 백발이 검게 되고, 5년을 먹으면 달리는 말도 따라 갈 수 있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은 동의보감 ‘탕액편’에서 “참깨와 참기름은 사람의 기력을 더하고 뇌를 충족시키며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오장을 보강한다. 정력을 북돋아 주고 늙지 않게 한다. 심장질환과 혈관장애를 고치고 피부를 곱게 하며 부스럼, 종기 등을 치료한다. 벌레를 죽이고 대머리는 모발이 나게 하며 백발을 방지한다”고 서술했다.
○세사민 성분이 ‘명약’
참깨, 참기름은 순 우리말이다. 참기름은 영어로 ‘세사미 오일(Sesame oil)’이다. 세사민은 참기름에 든 주요 성분의 이름이다.
참기름은 이 세사민 덕분에 식물성 기름 가운데 영양가가 아주 뛰어난 기름으로 인정받는다. 참기름에는 필수아미노산과 칼슘 등 각종 미네랄, 식이섬유, 비타민 E, 리그난 등 신진대사를 좋게 하는 영양소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특히 리그난에 들어 있는 세사민은 적은 양으로도 뛰어난 항산화작용을 한다. 또한 자체적으로 항산화 기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토코페롤의 항산화 작용을 상승시키는 촉매제 역할도 한다. 그만큼 세사민이 든 참기름은 다른 기름에 비해 산화에 대한 안전성이 뛰어나다.
세사민의 항산화 기능은 항암작용과 함께 비만과 노화도 예방한다.
혈액순환을 좋게 해 심혈관 건강에도 좋다. 몸에 해로운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이 장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혈관 내 지질과산화물의 생성을 막고 혈소판 응집과 혈관수축을 예방해 동맥경화나 고혈압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세사민은 간에도 좋은 효과를 낸다. 알코올 해독작용을 촉진하고 지방이 간에 쌓이는 현상을 억제해 지방간을 예방해 준다. 이 밖에도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예방에도 좋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참기름은 극히 소량이므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세서민 섭취율을 높이는 건강식품을 만드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오뚜기에서는 참깨에서 추출한 천연 세사민으로 만든 ‘백세 세사민환’을 출시했다. 백세 세사민환 1일 섭취량에는 참깨 약 2000개에 함유된 세사민이 포함돼 있다. 오뚜기 통신주문센터(080-433-8888), 허클베리팜스매장(02-3667-3695)에서 주문이 가능하다.
○고소함의 비밀은 ‘높은 온도에서 볶는 기술’
참기름 맛의 핵심은 고소함이다. 참깨에서 고소한 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에서 볶아야 한다.
참깨를 너무 높은 온도에서 볶으면 참기름에서 쓴맛이 나고 너무 낮은 온도에서 볶으면 고소한 향과 맛이 약해진다. ㈜오뚜기 중앙연구소 김기홍 연구원은 “타지 않을 정도의 온도에서 간접가열 방식으로 볶고 환기와 배기를 잘 해주면 고소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참기름에 대해서는 주부들의 뿌리깊은 불신 하나가 있다. ‘위조 참기름’이 유통되다 보니 “기름 짜는 모습을 내가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주부들도 생겨났다. 참기름에다 유사한 색의 식물성 기름을 섞거나 참기름 향을 내는 향신료를 넣어 위조 참기름을 만들기 때문이다.
㈜오뚜기 등 식품회사들은 “잘 알려진 식품회사들은 안전한 참기름을 만드는 최적의 설비를 갖추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정기적으로 품질을 검사하기 때문에 위조 참기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김 연구원은 “참기름은 자체 항산화 기능이 강해 방부제나 다른 화학첨가물을 넣지 않는다”면서 “참기름이란 이름도 다른 첨가물 없이 100% 참깨에서 짜낸 기름에만 붙일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투명하고 밝은 갈색이어야 좋은 참기름
좋은 참기름은 뚜껑을 열었을 때 진하고 고소한 향이 풍부해야 한다. 투명하면서 밝은 갈색의 황금빛을 띠어야 좋은 참기름이다.
참기름을 보관할 때에는 건조하고 서늘한 곳이 좋다. 간혹 가스레인지 주변이나 싱크대 아래 보관하는 가정도 있는데, 그런 장소는 열과 습도가 높기 때문에 기름이 상하기 쉽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참기름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이때 참기름이 응고돼 점성이 높아지기도 하는데 다시 실온에 두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오며 제품에는 이상이 없다.
햇볕이 직접 닫는 곳은 피해야 한다. 직사광선이 참기름을 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참기름 병이 암갈색인 것도 직사광선을 막기 위해서다.
참기름이 상했는지는 맛과 향으로 알 수 있다. 참기름이 상하면 고소함이 없이 느끼한 맛과 역겨운 향이 난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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