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층 전시장.
여기저기 목재와 골판지로 만든 책상과 걸상, 책꽂이가 흩어져 있다.
뭔가 준비하다 만 듯한 이 자리는 작가 배영환 씨(40)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내일’전 현장(사진).
실제 크기의 컨테이너 박스를 기본으로, 다양한 조립이 가능하게 설계한 도서관 모델을 선보이는 전시다. 》
그는 “작가가 사회와 스킨십을 나누는 자연스러운 형태가 공공미술”이라며 “노인과 아이, 외국인밖에 없는 시골마을에 컨테이너 도서관을 설치해 삶이 풍성해지는 프로젝트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노숙자 수첩’과 ‘갓길 프로젝트’ ‘수화 벽화’ ‘점자 벽화’ 등 실험적 공공미술을 펼쳐 온 그가 생각하는 공공미술이란 소박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그는 전시와 별도로 컨테이너 도서관 한 동을 제작해 공동체에 보낼 것을 궁리하고 있다.
“컨테이너는 토목공사도 필요 없고, 안에 들어가는 조립식 용품은 소포로 보낼 수 있어 비용도 적게 든다. 우리가 조금만 관심과 의지를 보이면 문화소외지역에도 마을 도서관 같은 정서적인 문화공간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내일’전은 독립 큐레이터 김선정 씨가 주도하는 예술축제 ‘플랫폼 2009’의 첫 전시. 올해는 미술이 전시장 밖으로 나가 사회와 소통하고 공동체의 삶과 연계되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디자이너 이정혜 씨가 설계한 1, 2인용 모델하우스를 선보이는 ‘주거연습’전, 1층 라운지를 플라스틱 바구니와 중고가구로 꾸민 최정화 씨의 라운지 프로젝트도 그 계획 중 일부다.
전시는 4월 26일까지. 관람료(1500∼3000원)는 도서관 제작과 도서 구입에 쓰이며 책을 기증하면 무료다. 02-733-8945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