乎哉(호재)는 의문종결사이면서 반문의 어조를 지닌다. 仁遠乎哉는 인이 멀리 있지 않기에 인을 실행하면 곧 인이 이루어진다는 뒷말의 의미를 내포한다. ‘논어’ 顔淵(안연)편에서는 “하루 克己復禮(극기복례)를 하면 천하가 仁으로 돌아온다. 仁을 함은 자기에게서 비롯하나니, 남에게서 비롯될 것인가?”라고 했다. 자기에게서 비롯된다는 말인 爲仁由己(위인유기)는 바로 이 장의 뜻과 통한다. ‘맹자’도 仁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다.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본성이 인이라고 본 것이다. 欲(욕)은 주체의 意志와 志向을 나타낸다. 斯(사)는 ‘이에’로 풀이하는데, 원인과 결과나 조건과 결과를 이어주는 則(즉)과 쓰임이 유사하다. 矣(의)는 강한 단정과 확신을 나타내는 종결사다.
奇大升(기대승)은 ‘勉學詩(면학시)’에서 인간이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 술 취한 듯 꿈꾸는 듯 분잡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두고 어려서 고향을 떠나 고향을 아예 잃어버리고 만 일과 같다고 했다. 고향 잃은 사람이란 말은 ‘장자’에 나오는 弱喪(약상)을 끌어와서, 본마음을 잃어버린 상태를 빗대어 한 말이다. 우리 현대인은 어쩌면 고향이 아예 없거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잃어버린 존재인지 모른다. 기대승이 말했듯이 善의 단서를 헤아려 근본을 탐색해가는 自反(자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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