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반대에도 ‘내탓이오’ 운동
부드러운 미소 아직도 선한데”
▼이종덕 성남아트센터 사장▼
“나환자 돕기 獨음악회에 동행
애창곡 열창 영혼의 전율 느껴”
16일로 김수환 추기경이 떠난 지 한달이 됐으나 그를 향한 추모는 끊이질 않고 있다. 그가 잠들어 있는 경기 용인시 천주교 서울대교구 성직자 묘역에는 주말이면 2000여 명의 추모객이 찾아온다. 앞으로도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추기경을 잊지 못하는 명사 두 분을 만났다.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협의회(평협) 회장을 지낸 박정훈씨(요한·85)는 "추기경님이 안 계신다고 생각하니 참말로 허전하기 짝이 없다. 하루에 세 번씩 추기경님의 영원한 안식과 성인 사제가 되시도록 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가 추기경과 인연을 맺은 것은 40년이나 된다. 국회의장 비서실장과 전매청장을 지낸 그는 1988년부터 4년간 평협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90년 추기경의 지원 아래 '내탓이오' 운동을 전개, 큰 호응을 받았다. 당시 100만여 장의 스티커가 각계각층에 배부됐고, 지금도 이 스티커를 붙인 차량을 볼 수 있을 정도다. 김 추기경은 천주교 일각에서 '정권과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개인화 한다'고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승용차에 이를 붙이고 다니며 교인들의 동참을 당부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주시는 일금 백만원정을 감사히 받고 참으로 고맙게 생각합니다. 형제의 거룩한 뜻을 따라 가난한 형제들에게 도움이 되겠금 쓰겠읍니다. 주임의 은총이 형제내외분과 가정을 따뜻이 축복하여 주시도록 기도드립니다. …지난 번 주신 50만원도 가난한 이들에게 주었습니다. 다시 감사드립니다."
또 박씨가 전매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1979년 성탄 카드에도 "친애하는 청장님께-. 주신 선물(100만원) 감사하오며 뜻에 따라서 불우한 이들 위해 쓰겠읍니다"고 적혀 있다. 김 추기경의 세심한 마음 씀씀이와 신자가 자신에게 준 성금일지라도 단 한 푼도 허투로 하지 않는 도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씨가 가장 감동한 것은 2004년 성탄카드. 당시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난 김 추기경이 좌파 정부를 공격하는 발언을 하자 천주교 내부와 일부 인터넷 매체에서 추기경을 공격하고 나섰다, 보다 못한 박씨는 추기경을 위로하는 e 메일을 출력해 보냈다. 추기경은 그해 성탄 카드에서 기도와 격려에 감사한다는 인사와 함께 "…그리고 동봉한 e mail…. 지금은 주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고통을 잘 받아드리라는 초대 같습니다. 십자가상의 예수님이 '저들을 용서 하소서' 하신 말씀 속에 감수하시기를!!!"이라고 적어 보냈다.
박씨는 "이번에 추기경님의 장례를 치르면서 당시 추기경을 공격한 인사들을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전혀 뉘우치는 기색이 없더라"고 안타까워하면서 "추기경으로부터 남다른 사랑을 받았던 사람들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찌감치 추기경 묘소 주변에 자신이 묻힐 곳을 마련해 둔 박씨는 추기경의 마지막 당부인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정신을 실천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2004년 1월 20일 고희를 맞아 펴낸 '내 삶은 무대 뒤에서 이루어졌다'의 출판기념회에 보낸 김 추기경의 축하 메시지를 가보처럼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이종덕 사장은 "추기경님은 나 뿐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자상하고 자애로운 어버이셨다"고 추모하면서 "지난 해 추기경님이 병원에 입원하시기 전 식사를 잘 못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큰 솥에 곰국을 가득 끓여 혜화동 주교관에 갖다 드린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