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스물일곱 살의 그는 처자식을 고국에 두고 일본으로 밀항한다. 도쿄까지 가는 기차 안 검문은 삼엄했다. 옆자리에는 일본 여성이 앉아 있었다. 확률은 반 반. 그는 용기를 내 물었다. 한국에서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으로 왔는데 검문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없겠느냐고. 순사가 다가올수록 온몸이 떨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기대라고 속삭였다. 순사는 별 의심 없이 지나갔고, 그는 무사히 도쿄에 도착했다.
이 청년은 바로 사진작가 최민식 씨다. 도쿄중앙미술학원을 다니던 그는 헌책방에서 우연히 ‘인간가족’이라는 사진집을 보고는 그 후 50년간 카메라를 둘러메게 됐다.
이 책은 가난한 사람만을 찍어 온 저자가 자신의 삶과 사진철학에 대해 쓴 산문집이다. 1부에서는 어둡고 가난한 이들을 찍었다는 이유로 정보부에 여러 번 끌려간 사연, 50년 넘게 주요 소재가 된 부산 자갈치시장 아줌마들과의 에피소드 등 자신의 사진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2부에서는 “사진으로 휴머니즘을 추구했다”는 그의 사진철학과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생각 등을 담았다. 그의 대표 사진과 최근 촬영한 미발표작 등 30여 컷의 사진도 담았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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