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식 소설 작법’ 조목조목 소개
“언제부터인가 세상에는 눈먼 대박들이 굴러다니고 있다. 이 나라의 두 신문사는 해마다 1억 원씩을 원고료로 내걸고 장편소설을 모집하고 있다. 그 분량의 소설에 1억 원을 준다는 것은 원고지 한 장에 1백만 원씩을 준다는 것이다.”
억대로 치솟은 문학공모전을 찾는 것이 드물지 않게 됐다. 세상은 ‘경천동지’할 신인을 이토록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만 수상작 없음으로 끝나는 공모전도 허다하다. 등단 41년을 맞은 소설가 한승원 씨(사진)가 이렇듯 ‘대박’을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이를 단번에 움켜잡을 수 있는 소설쓰기 비법을 전수했다.
작가는 소설의 기본 작법부터 안내한다. 소설거리와 소재를 찾는 방법, 서두에서 독자들을 사로잡고 결말에서 여운을 남기는 법, 소설 문장쓰기 등이 챕터별로 제시됐다. 신문 기사 몇 개를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저자가 직접 실례로 보여준다. 단편소설의 경우 ‘첫 장에서 한 개 이상의 작은 장면을 구성해야 한다’, ‘200자 원고지 5장이 지나기 전 모든 등장인물을 소개해야 한다’ 등의 기술적인 측면도 소개했다.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소설가’ 역시 하나의 상품이라고 말한다. 그는 소설가가 되고자 한다면 고객인 독자를 위해 성심을 다해 책을 읽고 열정적으로 소설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설 쓰기에 미쳐버리지 않고서는 좋은 소설을 쓸 수 없다. 이를 위해 작가가 권하는 방법은 ‘일사천리로 쓰고 수없이 고쳐 나가는 것’. 초고를 쓰고, 수정과 가필을 하고, 다시 얼마간 묵혀둔 후 퇴고하면서 수없이 치열하고 잔인하게 고쳐 나가는 것이다. 작가는 ‘하룻밤 사이 소설을 썼다’는 말을 믿지 말라고 한다. 천재 작가들 역시 사실은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이 모든 비법을 체화한 뒤 수없이 퇴고해가며 써낸 장편소설이 당선된다면? 작가가 당선자에게 일러주는 마지막 조언은 이렇다.
“기자들이 물으면 이렇게 말하시라… ‘나 그것 한 달 만에 휘갈겨 써버린 거예요. 줄곧 엎드려 쓰는 일이 하도 지긋지긋해서 한 번 쓰고 나서는 다시 들여다보지도 않았어요.’”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