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감사합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스물을 갓 넘은 남녀 대학생들이 하얀 태권도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를 한다. 학생들은 어떤 말에도 깍듯한 ‘합쇼(하십시오)체’를 주로 쓰며 예의를 갖춘다.
유난히 인사성이 바른 이들은 바로 우석대학교 체육과학대학 태권도학과 학생들이다. 오디션을 거쳐 뮤지컬에 발을 디딘 풋풋한 새내기 배우들이기도 하다.
35명의 태권도 시범단원들은 연출가 백재현(40)의 지도를 받아, 오전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뮤지컬 ‘타타 IN 붓다’ 연습에 한창이다.
특이하게도 ‘타타 IN 붓다’는 한국 공연보다 외국 공연으로 먼저 선보이게 된다. 오는 8월 세계 공연축제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이미 영국 현지 공연장도 빌렸다.
우석대는 2005년 태권도학과 개설 이전부터 태권도를 알리고자 영상물을 만드는 등 여러모로 힘쓴 곳이다. 2008년 루나틱 컴퍼니와 ‘타타 IN 붓다’를 공동 제작하면서 공연에도 혼신을 쏟고 있다.
권! 태권도 혼과 부처 깨달음을 담아
뮤지컬 ‘타타 IN 붓다’는 말이 없는 태권 퍼포먼스다. 대사는 없지만, 가사가 실린 노래는 있다. 비언어극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백재현 작사, 현병욱(현사장) 작곡으로 총 21곡의 노래가 태권도와 어우러진다. ‘타타 IN 붓다’는 깔깔 웃게 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묵직한 감동을 주는 뮤지컬이다. 주인공 붓다가 노예들의 민란을 진압하려다 도리어 그들을 이해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인본주의로 선회하는 내용이다. 결정적으로 타타라는 인물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타타 IN 붓다'는 독일작가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 ‘싯다르타’처럼 멘토와 멘티의 절실한 인간관계, 주인공의 자아성찰이 주요 소재다.
출연 배우들 모두 스물 남짓의 나이이고 시범단 공동체 내의 열의가 넘치는 까닭에, 타타가 붓다에게 영향을 주는 성장드라마 측면이 잘 표현됐다. 붓다를 맡은 배우 이랑은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이며, 타타를 맡은 배우 정일성은 강렬한 남성적 인상이 두드러진다.
붓다는 의협심과 연민이 강한 타타를 만나, 권력을 지닌 왕실 후손이라기보다 보편적인 인류애를 지닌 착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백 연출가는 뮤지컬 ‘루나틱’을 만들기 전부터 이 공연을 기획했다. 윤복희, 허준호 등 캐스팅도 만족스러웠는데, 경제 여건상 접을 수밖에 없었다.
얍! 8월 세계공연축제 영국을 깬다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적절한 타이밍, 기회를 다시 잡았다. 그동안 태권도의 매력까지 몸소 느꼈다. 2008년 ‘태권 마샬아츠 - 패밀리’로 ‘USA 위클리 어워드 스타상’도 수상했지만 어딘지 개운치 않았고, 급기야 ‘태권도의 혼’이라는 국기원 시범단 연출을 맡으면서 새 형태의 태권 퍼포먼스를 만들게 됐다. 백 연출가는 이 작품을 만들며 태권도가 불러일으키는 정신에 집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태권도에서 그 어떤 무예보다 강한 기품을 느낀 까닭이다.
“태권도를 그저 딱 떨어지게 4분의 4박자로 해결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환갑 넘은 고단자가 정권 한 번 지르면 그 기운이 숨이 막혀요. 무예로서 태권도만의 리듬이 있었던 거죠.”
그는 태권도 원로들이 강조하는 기술적인 잎을 하나하나 살리되, 전체적인 태권 공연의 숲을 지을 생각이다. 오늘도 태권도 학과 연습실에서는 2009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꿈꾸는 35명의 학생들과 백 연출가가 고군분투하며 ‘타타 IN 붓다’를 완성해가고 있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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