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경기 불황으로 위축된 신문사에 올해 신문발전기금과 추경예산에서 3800여억 원을 조성해 구독료 인쇄비 등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신문사를 직접 지원하게 되면 권력으로부터의 언론 독립과 언론 시장 질서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 의원은 23일 국회 도서관에서 ‘신문에 대한 공적재원 투입 더 늦출 수 없다’는 제목의 토론회를 열고 “위기에 빠진 신문 산업을 획기적으로 지원해 신문사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경향신문 서울신문 한겨레 강원도민일보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신학림 신문발전위원회 위원(전 언론노조위원장)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모든 신문이 구조적인 경영난에 빠져 있고 신문사의 힘만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경향신문의 경우 2월 급여의 50%만 지급하고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등 신문사의 경영 위기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현재 전용이 금지된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798억 원을 전국 일간지와 지역신문을 긴급 지원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며 “올해 국회 추경예산에 신문 지원을 위해 3000억 원을 배정하고 내년엔 2조 원 규모의 신문 기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정부가 세금이나 다름없는 공적 재원으로 개별 신문사의 구독료나 인쇄비 등을 직접 지원할 경우 신문이 정부를 비판하거나 감시하는 기능이 위축되고, 정부가 여론 형성 과정에 개입할 여지를 허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정권 때 신설된 신발위는 ‘신문발전기금’을 통해 개별 신문사를 직접 또는 간접으로 지원한 바 있으나, 기금 지원 대상 선정이 당시 친여 매체에 편중됐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신문법에는 신발위를 비롯해 한국언론재단 신문유통원 등 다른 언론 기구의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언론진흥재단으로 통합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정부 관계자는 최 의원의 제안에 대해 “이번 추경예산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신문 지원 예산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으며 관련 예산 요청도 없었다”고 말했다.
유일상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사기업인 신문사에 공적 재원을 지원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여론을 조종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부 교수는 “개별 신문사에 대한 지원은 효과도 적고 퍼주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설사 지원하더라도 뉴스 산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