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되겠다는 사람은 넘쳐나는데 그들의 예술을 소비할 시장은 작다. 그런데도 왜 예술가가 되려는 사람은 많을까. 네덜란드의 경제학자이면서 화가이기도 한 저자는 ‘예술의 신화화’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예술은 신성하고 순수하고 초월적인 그 무엇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작용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그래서 세속을 상징하는 돈과 예술은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예술에서도 돈은 중요하다. 예술가를 꿈꾸는 이들은 그를 통해 정치와 경제로부터 독립된 명성과 부를 획득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된 이들에게만 해당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예술가로 성공하는 것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인데 이게 극히 어렵다. 저자는 예술계에 투신하는 것을 금광을 찾아 몰려드는 골드러시와 유사하다고 말한다. 대다수는 실패하고 금광을 찾은 소수만 일확천금하는 승자 독식 현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관점에서 정부가 가난한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것이 이런 승자독식의 악순환의 구조를 계속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그 대신 예술의 신화화를 해체하면서 예술의 일상화를 통해 그 합리성을 높여갈 것을 제안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