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반 청와대 귀빈 만찬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동백 아가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는데 (금지곡이 된 것도 모르나 싶어) 기막혔다.”
가수 이미자 씨(사진)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그림 에세이집 ‘동백 아가씨’(나무와 숲)를 펴냈다. 이 씨는 152쪽 분량의 책에서 신인 시절부터 베트남 위문 공연, 최근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가 세워진 흑산도와의 인연 등 18편의 에세이를 담았다. 그림은 전용성 화백.
이 씨는 책에서 “‘동백 아가씨’ ‘기러기 아빠’ ‘섬마을 선생님’ 등 가장 아끼는 노래 3곡이 금지곡이 된 건 이제 노래를 부르지 말라는 게 아닌가 싶어 미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오랫동안 투병 중인 작곡가 박춘석 씨에 대해 “1965년부터 30년간 ‘명콤비’로 지냈으며 박 씨가 작곡한 노래 중 3분의 1인 700여 곡을 내가 불렀다”며 박 씨가 공연 구성과 무대 음악, 편곡까지 배려해줬다고 전했다. 이 씨는 “50주년을 맞아 공연이나 기념 음반이 아니더라도 사랑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글로나마 조금이라도 마음을 전하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