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녹화에서 김 감독은 올해 WBC의 뒷얘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국민들에게 한 말씀
▲ 좋은 성적을 냈다고 좋아하고 성원 보내주셨는데 저흰 일본에게 마지막에 지는 바람에 기분이 안 좋았다. 잘한 건 잘한 거고 마지막 찬스에서 이겨야 하는데….
-가장 기뻤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
▲도쿄에서 14대 2로 지고 이틀 후 1대 0 승리 후 8강에 진출했다. 그때가 가장 기뻤고 결승전에서 10회 이치로에게 2타점 적시타 맞은 것 가장 아쉬웠다. 그때 감독으로서 완전 고의사구로 못 보내고…. 야구에서 그런 게 있다. 이 선수를 내보낼 때 난 포볼 던져 보내는 걸 선택, 캐처에게 사인 보내고 했는데 임창용에게 그 사인 전달 못해…. 임창용도 걸러 보내야겠다는 걸 느꼈는데 실투로 볼이 가운데로, 포크볼 던지다가 안 떨어지는 바람에 결국 맞았다고 후회하더라. 확실히 고의사구로 걸러야 하는데, 물론 다음 타자가 안타, 내야땅볼일지 아무도 알 수가 없긴 한데…. 내가 잠을 한잠도 못잤다. 호텔방에 누웠는데 천장에 이치로가 왔다갔다 하더라.
-국민들도 임창용 선수가 왜 가운데로 넣었을까 이해 못했는데, 실투?
▲이치로가 그동안 부진했는데 역시 좋은 선수구나 느꼈다. 결정적일때 해내니까. 좋은 선수는 못하다가도 결정적일때 해내니까. 이치로를 고의사구로 못 거른 게 제일 화가 나는 거고. 게다가 ‘이치로’에게 맞았으니까. 막말 하는게 한국 연관된 게 많아서 이치로를 한 번 혼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일본에서 미움도 많이 받고 인기도 많고. 이치로도 나이를 많이 먹어가니까. 과학이 발달해서 흐르는 물은 막을 수 있지만 그래도 가는 세월은 못 막잖아요. 하여튼 잘 했다.
-준우승 예상했나?
▲못했다. 코칭 스태프, 선수 구성부터 굉장히 어려움…. 하와이에서 첫 번 만나, 훈련 진도도 안 나가고 마지막 박진만도 아파서 빠지고, 8강이라도 하겠나 생각했는데 동경에서 콜드게임 패 당하고, 이틀 후 일본 1대 0 잡고 나서 자신감 생겼다.
-“돌고 돈 독배를 김 감독이 축배로 만들었다” 이런 말도 있더라
▲4년 전 뇌경색으로 오른쪽이 시원찮다. 국내 팬들이 누구나 아는 거고. 국제대회 나가서 감독이 다리 절고 하는걸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건 사실…. 제일 큰 문제는 그거고 이젠 후배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해서 다신 안 맡겠다고 했다. KBO도 인정했다. 2002년부터 대표팀 맡아 오래 했고 그랬는데 결국 김성근, 김경문 감독이 못하겠다고 하니까 이걸 자꾸 맡아 달라고 해서 할 수 없이 그렇게 됐어요.
-무표정의 표정, 전략인지 원래 그런지
▲전략적으로 숨기는 건 아니고 나름대로 하는 것….
-성격이 느긋한 편?
▲어떤 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급한거 같기도 하다.
-특히 칭찬하고 싶은 선수
▲올스타 네 선수에 못 들어갔지만 그 선수들 이상 해낸 선수가 정현욱. 삼성 소속인데, 이 순간을 모면 해야지 할 때마다 맥을 끊어준 선수가 정현욱 투수. 메이저리그나 일본 무대에 가도 통하지 않을까.
-우리 젊은 선수, 메이저 리거와 비교한다면
▲우리는 깨알이 뭉쳐서 단체적으로 움직이는데 강한 팀. 일본, 미국은 개개인 기량 뛰어나고 일본은 확실히 강한 팀. 목적이 확실한 팀. 미국, 중남미는 체격 월등. 1년 애버리지의 홈런, 타율 같은 것 확실. 다 1000만불 이상 받는다. 하나의 약점은 나쁜 볼에도 무조건 치게 되어있다. 왜냐, 이건 돈이니까. 때려서 불러들이면 연봉 올라가니까 그 친구들 막 친다. 그런 점에서 한국, 일본은 볼을 잘 본다. 일본보다 한국은 더 잘 본다. 어렸을 때부터 박혔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확실하게 스트라이크, 볼을 잘 구분하는 선수들이다. (나는) 고교 졸업하고 한일은행 들어가서 65년 신인왕, 그 후 동기들 중 대
표선수 가장 먼저…. 지금이야 수술해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 당시 전혀 그런 게 없었다. 스포츠의학이 전혀 발달 안 됐고, 그걸로 끝나다시피 한 거지. 몇 년 아픈 상태에서 선수 생활하다가 일찍 은퇴, 그 몇 년 후부터 지도자 생활 한거고, 지금까지. 그간 많은 어려움 겪었고.
-야인 시절, 건강 문제 등 숱한 어려움을 이겨낸 원동력은
▲운이 좋았다. 4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졌을때 요 만큼도 못 움직였다. 하늘이 도와 이렇게까지 건강하게 됐고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다.
-국내 프로 야구 발전 방안
▲제일 중요한 것은 기대치가 높아지니까 대표팀 감독을 고사하는 건데 우리 스스로가 풀어줘야 하지 않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준우승 좋으나, 지면 어떻습니까. 발전적인 게 어떤 거라는 걸 정해서 가는 게 중요하다. 물론 성적에 있어 여러 말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벽을 넘어야 한다. 진정한 야구 발전을 위해선.
-올 프로 시즌에 임하는 자세
▲금년엔 어떻게 좀 잘 해야겠다는 마음. 이범호 김태균 우리(한화) 팀인데 이번에 나도 깜짝 놀랐다. 기대도 하고 있다.
-다시 대표팀 감독직 맡아달라면
▲이제 그만 해야지.
-야구는 한 마디로 무엇
▲야구는 인생살이와 같다고 하는데, 야구는 어렵다.
-다시 태어난다면
▲저야 하던 거니까, 다른 걸 할 줄 모르니까. 힘들다는 걸 느꼈지만 이걸 하는 게 제일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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