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Air]스포츠중계 현장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선수 욕설 잡힐라” 얼굴 클로즈업 조마조마

“원∼(1번 카메라 스탠바이).”(조호형 PD·39)

“투∼(2번 슬로모션 기기에 영상 있습니다. 재생할까요?).”(박남용 PD·31)

“투, 인(2번 슬로모션 내보내겠습니다)!”(조 PD)

2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개막전(삼성-LG)을 중계하는 케이블 채널 SBS스포츠의 중계차 안에 장비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조 PD는 10여 개의 작은 스크린을 번갈아 보며 버튼을 눌러 9개의 영상 중 방영할 화면을 선택한다. 박 PD와 최수영 PD는 슬로모션을 조작하고 있다.

“원, 그림 있어요?” “….” “아, 슬로모션이요? 우리는 카메라 스탠바이인 줄 알고….”

박, 최 PD가 삼성 선수의 반칙을 느린 화면으로 내보낼 시기를 놓쳤다. 길게 말할 겨를이 없어 ‘약어’를 주고받는데 한쪽이 잘못 이해하면 실수가 나온다.

슬로모션 화면은 1초에 90프레임을 촬영하는 슈퍼슬로모션 카메라 1대를 포함해 5대의 카메라 영상 중에서 골라 만든다. 선수의 플레이 직후 재생해야 하는 데다 경기 하이라이트용 장면도 틈틈이 모아야 한다.

심판에게 볼이 상대 선수의 발에 맞고 나갔다고 말하는 LG 박지현 선수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숨을 몰아쉬며 부푸는 볼과 흐르는 땀방울까지 볼 수 있어 경기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지만 때론 선수에게 불리한 ‘증거 화면’이 되기도 한다. 전자랜드의 서장훈 선수는 15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5반칙 퇴장 후 욕설을 내뱉는 입 모양이 클로즈업 화면에 잡혀 프로농구연맹이 벌금 50만 원을 부과했다.

현장감을 주기 위해 휴식 시간에 생방송으로 선수나 감독을 인터뷰를 하기도 하는데 헤드폰이나 마이크, 카메라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날도 삼성 안준호 감독의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안 감독이 헤드폰에서 아무 소리가 안 나오자 “안 들려!”라고 말한 게 고스란히 방송을 탔다.

경력 13년째인 조 PD는 “생방송이기 때문에 촬영 스태프들이 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에 따라 시청자가 느끼는 박진감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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